사회 사회일반

말다툼 벌이다… 쌍방폭행으로 끝난 사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28 16:58

수정 2018.09.28 20:27

쌍방폭력 입건 작년 39% ↑ 쌍방-정당방위 구분 어려워 피해자가 가해자 되기도
말다툼 벌이다… 쌍방폭행으로 끝난 사랑

#1."안돼, 이번엔 얘기 다 끝내고 가!" 이모씨(26·여)는 문을 박차고 나가려는 연인 김모씨(30)의 앞을 막아섰다. 그렇지 않아도 말다툼을 하면 2~3일씩 연락두절인 김씨에 불만이 있던 터였다. 비키지 않으려는 이씨와 나가려는 김씨는 서로를 격하게 밀치다 몸싸움을 벌였다. 이씨는 넘어지다 신발장에 부딪혀 어깨에 상처가 나고 팔에는 멍이 들었다. 김씨의 팔뚝에 빨갛게 할퀴어진 자국이 남았고 티셔츠는 찢어졌다.
이씨는 "사소한 일로 싸우다 밑바닥까지 갔다"며 "당장은 화해한다 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2.최근 걸그룹 출신 구하라씨 역시 연인과의 쌍방폭행으로 구설에 올랐다. 그의 전 연인 C씨는 구씨의 일방 폭행이라 주장하고 있으나 구씨는 "자고 있는 자신을 발로 차고 물건을 집어던져 싸움이 시작됐다"며 쌍방폭행을 주장하는 상태다.

■쌍방 데이트폭력 증가

이들은 사랑을 했다. 그러나 지우지 못할 악몽과 나쁜 결말만 남았다.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연인들이 늘면서, 연인간 갈등해결방식을 맞춰나가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연인의 쌍방 데이트폭력으로 입건된 경우는 2016년 1479건에서 2017년 2057건으로 39% 증가했으며 올해 8월까지 1899건으로 집계됐다. 데이트폭력의 절반 이상은 폭행이다. 연인을 폭행해 입건된 건수는 지난 2016년 전체 입건 8367건 중 6233건(74%), 2017년 1만303건 중 7552건(73%), 올 8월까지 6862건 중 5066건(73%)으로 집계됐다.

정당방위의 범위가 좁은 탓에 데이트폭력 피해자가 오히려 쌍방폭행 가해자로 몰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례로 지난 7월에는 전 남자친구로부터 폭행당해 갈비뼈가 부러진 한 여성도 자신의 방어를 위해 남성을 밀쳤다는 이유로 쌍방폭행 가해자로 입건됐다가 나중에야 무혐의를 입증받았다.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 김도연 소장은 "데이트폭력은 대부분 사적인 장소에서 발생한다. 이럴 땐 쌍방폭행인지 정당방위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며 "상대방의 폭력에 적극 방어하다가 쌍방폭행으로 결론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법 개선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인들이 서로에게 손찌검을 하는 데에 범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 기본법이나 보호장치가 있어야 한다"며 또 "주변에서도 '왜 그런 사람을 만나냐'고만 반응할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 방식 등을 되돌아보게끔 조언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연인상담 카페 등장

연인간 갈등이 몸싸움으로 격화되는 등 문제가 잇따르자 최근에는 부부상담 뿐만 아니라 연인상담을 해주는 곳도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다.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나 심리 카페 등에서는 검사를 진행해 서로에 맞는 갈등해결방식을 분석한다.
서울 서대문구 소재 한 심리카페 상담사는 "만난 지 2주차 연인부터 4년차 연인 등이 함께 이곳을 찾아 성격분석, 대화법, 감정 표현법 등 심리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무의식 속에 숨겨진 성격과 의사소통 문제 등을 알고 만나면 갈등을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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