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판례 등 변호사에 넘겨.. 당사자들 "송별 관행" 주장
금전거래 가능성 배제못해
일부 대법원 소속 판사가 퇴직 후 재판연구관 보고서 등 기밀자료인 대법원 재판기록을 거액을 받고 은밀히 팔았다는 주장이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재판 및 판례 등을 자세히 분석한 희귀 자료인 만큼 관련 자료를 구하려는 변호사 등을 상대로 금전 거래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금전거래 가능성 배제못해
■"연구관 출신 판사가 브로커 나서기도.."
7일 일선 판사들에 따르면 일부 대법원 판사들이 재판연구관에서 퇴직시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 이외 후배들의 보고서도 '송별 관행' 차원에서 가져가기 위해 후배 연구관들을 방문하거나, 후배 연구관들이 보고서를 이동식 저장장치(USB) 등에 모아 선배 연구관에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지난 7월 기준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법관 연구관 99명, 교수.변호사 등 비(非) 법관 연구관 26명, 재판연구원 출신 청년 연구관 2명 등 총 127명이다. 최근 유해용 변호사(사법연수원 19기)는 퇴직하면서 선임.수석재판연구관 근무 시절 재판연구관 보고서 등 대법원 재판기록 수만건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조사를 받은 당시 재판연구관들은 선배 연구관이었던 유 변호사에게 보고서 등 재판기록을 건넨 행위가 송별 관행이라고 진술한 바 있다.
문제는 개업한 연구관 출신 변호사들이 연구보고서 등 유출한 재판기록을 어떻게 사용하는냐는 것이다. 자신의 판례 연구 목적으로 자료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동료 등 다른 변호사나 판사들에게 기념으로 주거나 거액을 받고 파는 등 악용 사례도 많다는 게 일선 판사들의 주장이다.
4~5년 전 연구관 출신 모 변호사가 동료 변호사에게 돈을 나중에 받겠다는 조건으로 연구보고서를 줬지만 돈을 받지 못해 동료 변호사와 주먹다짐까지 벌인 사례가 있었다고 한 판사는 전했다.
■"유출 방지책 마련해야"
서울중앙지법 A판사는 "근래 퇴직한 연구관 출신 선배 판사가 동료와 나에게 '연구관 보고서를 가지고 싶냐'고 물어봤다"면서 "그 선배는 보고서가 업계에서 호가한다며 '필요하면 말하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서울고법 B부장판사는 "최근 연구관 출신 변호사 4~5명이 대법원 기밀자료를 돈을 받고 건네거나 연결해주는 브로커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법원이 기밀 유출이 되지 않도록 보안 대책을 내놓고, 검찰이 악용하는 브로커 등을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경법원 C판사는 "현직 판사로 재직할 경우 대법원에 연락해 원하는 연구보고서를 정식으로 요청해서 받아볼 수 있는데, 퇴직하면 당연히 받아볼 길이 없을테고 다른 일반 논문들에 비해 질이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나중에 참고하기 위해 가져가는 것 같다"며 "대법원 스스로가 유출이 관행이라는 말도 안되는 말을 없애고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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