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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정권’ 伊, 그리스 꼴 나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09 17:08

수정 2018.10.09 17:08

국채 수익률 4년반만에 최고 투자자들 채권 팔아치워
주가지수도 2% 넘게 급락 신용도 정크본드 강등 우려
감세 등으로 국가부채 위태 재정적자 놓고 EU와 갈등
‘포퓰리즘 정권’ 伊, 그리스 꼴 나나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3위 경제국 이탈리아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10년만기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이 4년 반만에 최고로 치솟았고, 주가지수도 2% 넘게 급락했다. 포퓰리스트 정권의 방만한 재정 운용이 이탈리아를 제2의 그리스로 만들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투자자들이 이탈리아 국채를 투매한 탓이다.

투자자들이 내다판 이탈리아 국채는 주로 이탈리아 은행들이 인수하고 있어 정부 재정적자가 은행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이에따라 정부 재정이 은행에 투입되면서 재정상황이 더 악화하는 악순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투자자들, 이탈리아 엑소더스

지난주 이탈리아 연정이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공약을 밀어붙이면서 내년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2.4%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이 이탈리아 자산을 투매하고 있다.

8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은 지난주에 이어 이날도 급등했다. 10년물 수익률은 이날 0.17%포인트 급등한 3.593%로 4년 반만에 최고로 치솟았고, 2년만기 수익률 역시 6월 이후 최고치 수준인 1.557%로 뛰었다.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수익률이 뛴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채권을 팔아치우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주식시장도 하락세를 이어가 밀라노 증시의 FTSE MIB 지수가 2.3% 급락했다. 특히 지난주 폭락세를 기록했던 은행주는 이날도 약세를 보여 방코BPM이 5.8% 폭락했고, UBI 방카는 4.9% 급락세를 기록했다.

유럽시장에도 충격이 미쳤다. 유로가 달러에 대해 0.4% 하락했다. 다른 유럽 국채는 그러나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이때문에 이탈리아와 안전자산인 독일 10년물 국채간 수익률 격차(스프레드)는 3%포인트로 벌어졌다.

네덜란드 라보뱅크의 금리전략 책임자 리처드 맥과이어는 "이탈리아에 대한 압력이 단계별로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면서 "자칫 (재정적자와 은행재무건전성 악화라는) 악순환 구조로 접어들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용등급 강등 우려 고조

간신히 투자부적격(정크본드) 수준을 면하고 있는 이탈리아 국가신용등급이 결국 정크본드로 강등될 것이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포퓰리스트 연정의 적자재정 편성이 유로존 최대 채무국 이탈리아 재정을 악화시킬 것이 뻔해 신용등급이 추락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이달말 이탈리아 신용등급 재평가에 나서는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가 이탈리아 신용등급을 한계단 떨어뜨리게 되면 이탈리아 등급은 정크본드 바로 한 단계 위에 머물게 된다. 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선 바 있는 무디스는 이탈리아 장기 국채 신용 등급을 현재 Baa2로 매기고 있고, 한단계 강등하면 이탈리아 등급은 Baa3로 Ba1 이하인 정크본드 바로 한 계단 위에 턱걸이 하게 된다.

S&P는 지난해 이탈리아 신용등급을 정크본드(BB+ 이하) 한 계단 위인 BBB-에서 BBB로 상향했지만 오는 26일 등급 재평가에서 이를 다시 BBB-로 하향조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니크레디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에릭 닐슨은 고객들에게 보낸 분석노트에서 "이탈리아가 투자등급을 상실할 가능성이 가시화면서 기관투자가들이 이에 맞춰 (이탈리아 국채 비중을) 줄이고 있다"면서 "(투자등급 상실이) 현실화하면 상당수 기관투자가들은 규정에 따라 정크등급 채권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포퓰리스트 공약 이행을 위한 재정적자를 둘러싸고 이탈리아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간 설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연정 양대 축인 '동맹' 지도자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이날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피에르 모스코비슈 경제담당 집행위원을 맹공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기자들을 만나 "유럽의 적은 브뤼셀(EU 본부)에 봉인돼 있는 그들"이라면서 "융커와 모스코비슈가 (긴축재정 압박으로) 유럽에 공포와 일자리 불안을 불러오고 있다"고 비난했다. 앞서 지난주 집행위가 이탈리아 예산안은 집행위가 권고하는 재정정책 틀을 '심하게 벗어나는' 것으로 '심각한 우려의 원천'이 되고 있다고 비판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한편 이탈리아 연정은 이전 마테오 리치 정부의 재정긴축 기조를 뒤집고 감세와 '기본소득' 개념인 이른바 시민소득, 연금 지급 확대 등 포퓰리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적자 재정을 편성했고, 시장에서는 이로 인해 유로존 최대 채무국인 이탈리아 부채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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