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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지의 실험, 유료 콘텐츠 시장서 통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09 17:17

수정 2018.10.09 21:41

'12시간 기다리면 무료'
'기다리면 무료'의 원조 카카오페이지가 '12시간마다 무료'를 선보이며 또 한 번의 실험을 시작했다. 기다리면 무료는 이용자가 정해진 시간을 기다리면 다음 회차의 작품을 무료로 볼 수 있고, 돈을 내서 구입하면 바로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이용자가 콘텐츠를 보는 습관을 12시간으로 줄이는데 익숙해지면 카카오페이지는 한 단계 진화에 성공하면서 탄탄대로를 걸을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0월 카카오페이지가 최초로 도입한 기다리면 무료는 업계의 유료 콘텐츠 비즈니스로 자리매김했다. 유료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도 기다리면 무료를 운영하고 있고, 지난달 네이버 시리즈는 '너에게만 무료'를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지가 기다리면 무료의 성공에 반신반의했던 적도 있다. 지난 2013년 설립된 카카오페이지는 첫해 거래액 17억을 내며 초라한 출발을 했다. 내부적으로 '완벽한 실패'라고 평가했던 암흑의 시절이었다.


'어떻게 하면 모바일 유료 콘텐츠 시장이 열릴까' 고민 끝에 카카오페이지는 게임 '애니팡'을 주목했다. 애니팡의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는 무료였지만 더 게임을 하고 싶으면 돈을 내야 했다. 대신 기다리면 무료로 할 수 있었다. 차상훈 카카오페이지 전략담당부사장(CSO)은 "게임을 한 판 하는 것처럼 콘텐츠 한 회를 보고싶으면 이용권을 넣었고, 회차와 이용권을 매개하는 캐시를 만들었다"면서 "게임이 재밌어서 중독되니 지갑이 열리는 것처럼 기다리면 무료는 콘텐츠 비즈니스 산업을 바꿨다"고 돌아봤다.

카카오페이지는 애니팡처럼 한 권의 만화책을 챕터단위로 나눠 회차를 늘렸다. 이를테면 40권의 책으로 1200회차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은 보편화된 모바일 콘텐츠 구독 방식이지만 4년 전만 해도 내부적인 반발이 거셌다.

기다리면 무료 론칭 5일째, 이용자의 반응이 몰려왔다. 이전 비즈니스 모델의 기존 재구매율을 불과 5일 만에 기다리면 무료가 넘어선 날이었다. 2014년 카카오페이지 거래액은 130억원, 무서운 성장이 시작됐다. 2015년 거래액도 500억원으로 284%나 늘었다.

기다리면 무료의 안착은 콘텐츠 제작방식도 바꿨다. 제작단계부터 1회차 내에 기승전결을 다 담아 다음 회차를 기다리거나 구매하도록 하는 것이다.
카카오페이지 관계자는 "이용자가 더 많은 콘텐츠를 보면서 제작자의 성장을 이끌고 제작자가 스토리 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게 하는 선순환 구조도 정착됐다"고 말했다.

12시간마다 무료는 카카오페이지가 4년 만에 야심차게 내놓은 실험이자 유료 콘텐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배여있다.
차 부사장은 "1시간, 8시간, 12시간 등 다양한 실험을 통해 사용자의 경험과 반응을 조사했다"면서 "작가, 이용자, 제작자 모두가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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