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이슈에 정책전 사라져 약해진 야당 전투력도 한몫
대통령 국회 책임론 제기에 여야, 국감 아닌 정쟁 태세
2018년도 국정감사가 11일로 이틀째 일정을 마쳤지만 벌써 안팎에선 맹탕 국감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 국회 책임론 제기에 여야, 국감 아닌 정쟁 태세
북한 비핵화 이슈가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로 자리를 잡은데다 야당이 저마다 내부 사정으로 이슈 제기를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이 첫날부터 국회 책임론을 제기, 국감 이슈보다는 정쟁의 불씨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핵이슈 블랙홀..정책전 실종
역대 국감은 야당의 독무대로 불렸다. 국감 첫날 나오는 정부 실정이나 문제점 등 야당의 '결정적 한방'은 대형 이슈로 부상해 정국을 뒤흔들곤 했다.
그러나 이번 국감은 남북3차 정상회담을 뒤로 하고 곧바로 열린 탓에 북한 비핵화 이슈가 첫날부터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둘째날인 11일에도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전날 5.24 조치 해제 검토 번복 논란이 각 상임위별로 쟁점으로 떠올랐다.
통일부 국감에선 조명균 장관이 5.24 조치 해제는 검토한 바 없다며 해명했고, 농림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서도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관계부처로 5.24 조치 해제 문제를 들은바 없다고 부인했다.
그나마 민생 현안 가운데는 일자리·부동산 대책 등이 겨우 도마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둘째날인 이날 기획재정위·과학기술방송통신위·환경노동위·국토교통위 등에선 정부가 공공기관에 단기 알바 채용 지침을 내린 문제로 '일자리부풀리기' 책임 공방을 벌였다.
이번에도 초반부터 북핵 이슈 이외에는 밋밋한 국감이 전개되는 것은 야당 화력이 예전만 못한 점이 한 몫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지난해는 정권 출범 5개월만에 치른 국감에서 전 정권 실정론에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다면 이번에는 당내 사정에 발목이 잡혔다. 이날 출범한 조직강화 전국 253개 당협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수술에 나서면서 국감보다는 내부 고민이 더 깊어진 때문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모든 의원들이 내 지역구 당협위원장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아무래도 밖으로 시선을 돌릴 여유가 많지 않았을 것"이라며 "여당에겐 호재가 되겠지만 맹탕국감은 예고된 것"이라고 했다.
■2년째 첫날 청와대가 이슈 주인공
올해도 국정감사 첫날 주인공은 국회가 아니라 청와대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아침회의에서 "국회는 헌법이 부여한 책무를 다해주기 바란다"고 포문을 열면서다. 문 대통령은 "정부를 견제하는 잣대로 스스로를 돌아보며 국회가 해야 할 기본적 책무도 다해야 한다"며 국회의 역할을 주문했다. 국회는 이로 인해 이틀째 후폭풍을 겪고 있다.
복지위에선 둘째날인 11일 국감 개의가 선언되자마자 한국당 의원들 중심으로 의사진행발언을 신청, 문 대통령을 성토했다. 야당에서도 이틀째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국감이 자칫 정책 검증 대신 정쟁이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2017년 국감 첫날인 10월 12일 대형 이슈는 국회가 아닌 청와대발(發)로 나왔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당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세월호 참사 당시 보고 누락 문제를 지적했다. 첫날 세월호 이슈가 폭발하면서 정책 국감은 실종되고 여야가 정쟁으로 대결 끝에 결국 졸속국감이라는 오명을 쓰고 막을 내렸다. 야당도 당시 바른미래당 발 정계개편 임박설이 나오면서 각 국정감사장은 물론 각당도 뒤숭숭한 분위기가 국감 내내 이어졌다.
야당의 전력 약화로 이어진 것은 물론이다. 당시는 한국당이 대선패배 5개월만에 공수교대로 치른 국감으로 책임론 제기보다는 책임론의 당사자로 화력을 내지 못했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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