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부정' 응답만 유도..학계·발표기관, 문제 인식
한국은행, 산업은행,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연구원 등 국내 주요 기관들이 발표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단순한 측정기법으로 경기예측에 한계가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BSI가 기업들의 경기동향과 전망 등을 파악해 정부 경제정책과 기업의 경영계획 수립 등에 기초자료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정밀화된 측정방식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관들이 분기나 매월 공개하는 BSI 조사방식은 '긍정'과 '부정'의 응답만 유도하는 단순화 기법을 채택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기관인 한은, 산은과 민간기관인 대한상의, 한국경제연구원 등이 BSI 단순화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BSI는 다른 경기지표들과 달리 기업의 주관적이고 심리적 요소까지 조사가 가능해 경제정책을 입안하는 데 효율적이라는 이유로 선호되고 있다.
현행 BSI는 해당 기간의 경기가 이전보다 호전됐다고 응답한 업체수 비율과 악화됐다고 답한 업체수 비율을 차감한 뒤 100을 더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경기에 대해 긍정 응답이 60%, 부정 응답이 40%라면 60에서 40을 차감하고 100을 더해 120이 되는 것이다. BSI 120은 경기가 상당한 호조인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국내 기관들의 BSI는 100 미만을 장기간 유지하고 있어 경기침체가 뚜렷한 상황이다.
그러나 단순화된 BSI 기법은 기업들의 경기체감도를 정밀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부분의 BSI가 통계 대상에게 경기가 좋을지, 나쁠지만 묻다보니 깊이에 대한 감각이 없다"며 "정작 정책 등에 필요한 경기체감의 정확한 수준을 측정하지 못하고 있어 보완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BSI가 60이면 불황이 심각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부정 응답자 가운데 경기악화의 체감도가 중립이거나 낮은 표본들이 많다면 경기진단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BSI 기관들은 학계의 지적을 수긍하면서도 당장 뚜렷한 대안은 없다는 분위기다. 국내외 일부 기관들이 도입한 스케일(척도) 방식도 조사방법론상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경연 관계자는 "일본 등 해외 일부 국가나 국내 산업연구원의 제조업경기 동향은 BSI를 스케일 방식으로 하지만 응답자의 주관성이 높아 대부분 기관들이 단순화 기법을 채택하고 있다"며 "스케일은 응답자마다 판단의 격차가 존재해서 수치화에 어려움이 있고, 응답자의 이해도도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순화 기법도 체감지수의 정확한 반영을 위해 보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양쪽의 장점을 절충하는 게 관건인데 장기적인 연구와 개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BSI 기관 관계자는 "아무래도 민간보다는 한은 등 정부기관이 BSI 정밀화 개발에 앞장서줘야 한다"며 "BSI가 속보성과 선제성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예상성이 떨어지는 한계는 모든 기관들의 고민거리"라고 밝혔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