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가짜뉴스 정보 시민과 공유.. 해외사례 참고해 국제공조 필요
"가짜뉴스는 이미 전 세계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국가들은 이미 가짜뉴스의 사회경제적 영향력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된 혁신적인 시스템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태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사진)는 최근 2주간에 걸쳐 영국, 네덜란드, 유럽연합(EU),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을 연구차 다녀왔다.
이 교수의 관심은 공공부문의 커뮤니케이션 제도의 책무성과 효율성이다. 즉 이 부분에 막대한 조직과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효과 측정은 되고 있느냐가 이 교수의 근본적인 질문이다. 그 해답의 실마리를 영국에서 찾았다. 그리고 우연치 않게 가짜뉴스를 대하는 영국 정부의 국정 시스템도 접하게 됐다.
"영국 정부는 최근 몇 년 사이 과학적 성과관리가 미흡하고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국민으로부터 큰 비판을 받아 정부 커뮤니케이션 부문의 개혁을 단행했다. 그 결과 정부 커뮤니케이션 기획조정, 예산, 인사, 평가, 교육 전반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가진 막강한 조직을 만들었다. 이 조직은 끊임없이 민간과 협업해 정부 정책이 시민들의 삶 속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효과를 측정하고 그 결과를 정책에 다시 반영한다."
이 교수가 특히 주목한 것은 효과 측정이다. "영국은 보다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정부 커뮤니케이션 사업에 투입되는 돈에 대한 가치(value for money)를 증명해내고 있다."
가짜뉴스를 통제하고 이에 대응 시스템을 갖추는 것 역시 공공부문의 디지털,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서 주요한 화두다.
"영국은 정부에 가짜뉴스 대응 전문팀을 상설 조직으로 구성해 공동체에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는 가짜뉴스의 징후들과 출현 유형 등을 분석, 포착해 사회구성원들과 시의성 있게 공유하고 있다." 이미 가짜뉴스의 파괴력과 위험성을 인지하고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 정부의 가짜뉴스 전문가들은 특정 시점에 비약적으로 출현빈도수가 늘어나는 메시지를 탐색하고 조기경보를 울리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가짜뉴스를 스크린하면 이것이 가짜뉴스라는 것을 가장 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메시지로 제작해 시민들에게 알린다"며 "ICT를 활용해 분석력과 예측력을 가지고 가짜뉴스와 같은 사회현상에 대해 민첩하고 전략적으로 정부가 대응해 정부 신뢰와 공공부문의 커뮤니케이션 생태계를 전문적으로 관리해 나가고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교수는 가짜뉴스에 대한 영국의 사례가 획일적이고 무분별하게 우리나라 정부에 도입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미디어 생태계나 언론과 여론의 성숙도, 시장구조, 미디어 소비행태가 영국과 분명히 다르고, 특히 정부 커뮤니케이션 제도, 정책, 서비스, 거버넌스, 역량 부문이 영국과는 현저하게 다르기 때문에 영국 정부의 사례와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하기에는 사전에 심도 있는 연구와 국가 간 공조가 필요하다. " 그러나 가짜뉴스가 전 세계적인 현상이고 주요 국가들이 최근 관심을 갖고 대응하기 때문에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국가 구성원들이 가짜뉴스를 판단할 수 있는 여러가지 공공 데이터를 제공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영국 정부는 가짜뉴스에 대해 판단의 몫과 선택의 책임도 결국 시민과 소비자에게 있다는 점을 존중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영국 정부는 과학적인 분석자료나 지표들을 투명하고 시의적절하게 공동체에 공급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온라인·오프라인 공론장의 질을 높이는 공공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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