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늘면서 판매량 확대" "가격 반영 늦어지면 역풍"
정유업계가 유류세 인하와 관련해 '기대반 우려반'의 심정으로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가격 하락에 따라 수요 증가에 따른 판매량 확대도 예상되지만 인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업계를 향한 오해의 역풍이 불수도 있다는 예측에서다.
2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관련 업체들은 국제유가 흐름과 환율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유류세 인하 효과가 적어 업계로 불똥이 튀지 않을지 조바심을 내고 있다.
앞서 정부가 유류세를 다음달 6일부터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유류세 인하로 L당 최대 휘발유는 123원, 경유는 87원,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30원 가량 가격이 낮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정유업계에선 소비자들이 다음달 6일부터 유류세 인하로 인한 최대치의 가격 하락 효과를 바로 체감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유소들이 세금 인하 이전에 구매했던 재고 물량을 우선 기존 가격으로 판매한 후 가격 인하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주유소들은 유류세가 인하되기 전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해 판매해야 되기 때문에 바로 세금 인하분을 적용하면 손해를 보게 된다"면서 "재고 물량을 어느 정도 판매하기 전까진 단기간에 가격을 낮추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정유사에서 일선 주유소를 통해 소비자에게 제품이 전달되는 과정은 1~2주 가량 소요된다. 최근 유류세 인하 시점이 확정되면서 주유소들이 재고물량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소비자가 인하를 체감하는 시점은 일주일 안팎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업계에선 추후 유류세가 인하되더라도 인상분이 시간차를 두고 적용된 것처럼 일정 시간 이후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인하 시기에는 최종 판매 가격에 느리게 적용되고, 인상할 때는 빠르게 적용될 가능성을 거론하며 유류세 인하분 적용 시점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정유업계는 국제 정세 불안 등을 이유로 국제유가와 환율이 급상승할 경우 유류세 인하 효과를 소비자들이 느끼기 어렵게 될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과거 10년 전 유류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와 환율이 오르면서 기름값이 상승하자 정유사를 향한 비판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행 자료에 의하면 중동산 두바이 기준 국제유가는 10월 하루 평균 변동률이 1.47%로, 지난 1∼9월 평균(1.08%)을 넘어서며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이에 정유사들은 최종 소비자가격 하락으로 판매량이 증가할 수도 있지만 외부 변수로 인해 가격이 오를 경우 오해로 인한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고 걱정하는 눈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와 정유사들의 이익은 관계가 없다"면서 "정부가 의도한 가격 하락 효과를 소비자들이 체감하기 위해선 국제유가가 최대 배럴당 80달러선에선 유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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