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포트라이트.혐오로 멍든 사회]
“너 애자(장애인 비하 표현)냐?” “정신병자놈, 뭐 그 따위로 하냐”
인터넷 게임을 하다 보면 이런 욕설을 수백, 수천번은 접한다. 게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일상 대화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는 표현으로, 이는 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기반으로 한다. 장애인은 더럽고 멍청하고 징그러운 존재라는 것이다. 서울 강서구 일부 주민들이 장애인 특수학교 건립을 반대한 사례에서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장애인 혐오 정서를 알 수 있다.
■장애인 혐오·희화화.. 부모들 무릎 꿇기도
장애인에 대한 혐오 표현은 사회 곳곳에서 접할 수 있다. 지난달 2일 서울 시내 분식집의 한 종업원이 손님과 음식 포장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던 중에 “성깔이 저러니 병신 낳아서 달고 다니지”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한 네티즌은 트위터에 “OO역 O번 출구 분식집 가지 마세요. 장애인 손님 상대로 병신이라고 욕하고 제가 하지 말라니 저보고 당장 나가라며 먹던 그릇을 던져서 깨버렸어요”라고 글을 올렸다.
최근 충남 서천군청 소속 간부 공무원 A씨는 “B씨는 냄새가 너무 나서 같은 차에 타고 다닐 수 없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돌렸다. B씨는 지적장애 3급으로 서천군이 시행한 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2013년 11월부터 행정도우미로 활동해왔다. A씨는 자신의 발언에 사과했지만 서천군은 A씨에 대해 감봉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이 같은 장애인에 대한 배려 부족은 사회 곳곳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7월 ‘전지적 참견 시점’에는 배우 신현준이 출연진들의 제의로 영화 ‘맨발의 기봉이’ 주인공의 어눌한 말투를 따라해 웃음을 자아냈다. 신씨는 이 영화에서 장애인 역할인 주인공 기봉이 역을 맡았다. 하지만 이는 장애인의 특성과 말투를 소재로 장애인을 희화화했다는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소수자 인권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며 행정지도 ‘권고’ 조치를 받았다.
지난해 9월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건립안을 논의하는 토론회장에서는 학교 건축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에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눈물로 호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후 특수학교 논란이 공론화됐지만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주민들 반대로 난항을 겪다 1년 만에 가까스로 학교 설립에 합의했다.
■장애인 70% “비난 받을까 두려워”
이 같은 장애인 비하와 혐오 정서가 확산되면서 장애인들의 두려움도 더욱 커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7 혐오표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200명의 장애인 중 70.5%가 ‘자신이 장애인이란 이유로 비난을 받을까 봐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특히 온라인상에서는 더 많은 장애인 혐오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 조사에 참여한 장애인 200명 중 95%는 온라인에서 혐오표현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온라인 뉴스 댓글(78.5%)이나 온라인 카페 등 커뮤니티 사이트(73.7%),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73.3%) 등에서 혐오표현을 접한다고 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조주희 팀장은 “‘애자’ 등의 혐오 표현은 장애인을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차별 받아도 되는 존재라고 생각해서 쓰는 것”이라며 “장애인 혐오는 특정 발언 뿐만 아니라 장애인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 안 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어떤 차별이 처벌받을 수 있는지 법적으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은 “요즘 가중되고 확산되는 장애인 혐오 발언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괴롭힘 조항에 해당되는데 소송을 제외하면 처벌 조항이 미비하다”며 “요즘 논의되고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서 혐오 표현에 대한 부분과 처벌이 명확히 들어가면 그게 가장 빠른 해결방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포트라이트팀 구자윤 팀장 이진혁 최용준 오은선 기자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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