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여중·여고에서 미투(MeToo·나도 말한다) 운동, 이른바 ‘스쿨미투’가 전개되고 있음에도 학교와 교육 당국이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들 학교에서 성폭력·여성혐오를 고발하는 ‘스쿨미투’가 진행된 지 50여일이 지났음에도 해당 학교와 교육 당국의 조치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유 나오게 해줄까”..미투 폭로 잇따라
7일 교육 당국에 따르면 지난 9월 15일부터 트위터에는 ‘OOOO재단 성폭력고발’이라는 이름의 계정이 등장했다. OOOO재단은 서울 송파구에서 A여고, B여상, C여중 등 학교를 세 곳이나 운영하는 사학재단이다. 해당 계정에는 세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나 졸업생들의 미투 폭로가 잇따라 올라왔다.
먼저 A여고의 경우 한 교사가 학생에게 “너도 우유 나오게 해줄까?”라며 임신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전에도 성추문 논란에 휩싸였던 이 교사는 롱패딩을 입은 학생에게 “이건 얼마에 샀냐”고 묻는 척 하며 학생 엉덩이 부근을 만진 의혹도 제기됐다.
또 다른 교사는 올해 4월 “연예인 해서 망하면 누구처럼 된다”며 특정 고인을 능욕하는 말을 했으며 수시로 여학생 얼굴을 평가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 교사는 여교사들의 공연을 ‘글래머러스한 교사 언니쓰’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올려 동료 교사들을 성적대상화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문제는 A여고만의 일이 아니다. B여상의 한 교사는 교무실에서 야동을 보고, 학생들 다리를 동의 없이 촬영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C여중에서도 문제 있는 행동이나 발언을 한 교사가 있다는 폭로가 잇따랐다. A여고, B여상, C여중 모두 한 재단에서 운영하기에 구설수에 오른 교사는 같은 재단 내 다른 학교로 옮겨 사건을 무마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학교 ‘쉬쉬’에 교육청 “큰 문제”.. 경찰, 예의주시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9월 20일께 A여고를 방문했다. 앞서 학교 측은 미투 내용을 인지하고 교직원 회의 시간에 교사들에게 성인식 개선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미투 관련 사실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알릴 것을 조언했고 학교 측은 학생들의 신뢰를 얻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정작 학교 측은 가정통신문 배포는 커녕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미투 관련 사안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달 16일 페미당 창당모임이 학교 등굣길에 학생들의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현수막을 게시하자 학교 측은 이를 철거하는 등 스쿨미투를 '쉬쉬'하는 모습이다. 세 학교에 스쿨미투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청했으나 모두 답변이 없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A여고 교장이 문제가 된 교사들에게 서면으로 경고를 줬다고 보고는 받았다”면서 “교육청이 가정통신문 배포 등을 제안했음에도 학생과 학부모에게 안내가 없었다는 점은 큰 문제이다. 다시 한 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교육청이 징계를 권고해도 사립학교에서 이를 거부하면 교육청이 다른 제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고 했다.
경찰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최근 다른 일로 학교를 방문했다가 학교 측에서 이런 일이 있다고 해서 지켜보고 있다”며 “피해자와 가해자가 다소 불분명한 만큼 구체적으로 검토해서 접근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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