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검찰이 중대한 담합 수사..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공정거래위원회는 변화하는 경제환경과 공정경제 등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올 8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규제로는 변화된 경제현상 규율에 한계가 있어 공정거래법을 다시 쓰겠다는 포부로 전부개정안을 마련한 것이다. 38년만에 새 변화를 꾀하는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은 이달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전면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법 시행 이전에 기업들이 미리 준비해야 할 사항들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경성담합 전속고발제 폐지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의 파격적인 변화 중 하나는 '형사 제재' 개편과 관련된 부분이다. 공정위는 형벌 부과에 합리성을 갖추고자 엄정한 형사집행이 필요한 부분과 형벌부과 필요성이 낮은 부분을 구분했다.
가령 위법성이 중대하고 소비자 피해가 큰 '가격담합', '입찰담합' 등 경성담합(독점을 목적으로 가격·수량·입찰 등 중요 사항에 관한 담합)에 대한 전속고발제를 폐지, 공정위 고발 없이도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반면 법 위반 판단에 경쟁제한성 분석이 필요해 법체계상 형벌이 적절하지 않은 기업결합 및 일부 불공정행위, 사업자단체금지행위 등에서 형벌규정을 대폭 삭제 내지 수정했다. 개정안에는 전속고발제가 전면 폐지되지 않았으나 경성담합부터 순차적으로 폐지될 것으로 법조계는 내다봤다.
이에 따라 공정위와 검찰의 정보공유 및 협업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이외에도 사적자치 강화·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해 민사적 구제수단을 확충했다. 불공정거래행위의 피해자가 공정위 신고나 처분을 거치지 않고 법원에 곧바로 행위중지를 청구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 담합·불공정거래행위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자의 손해액 입증을 지원하기 위해 법원의 '자료제출명령제'를 도입했다. 법 위반행위 유형별로 과징금 상한을 일률적으로 2배 상향해 행정 제재의 실효성을 강화하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간 정보교환도 담합 규정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한 규제도 대폭 강화됐다. 대기업 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다만, 상장계열사에 한해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 15% 한도 내에서는 예외적으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 신규로 지정되는 기업집단의 지정 전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제도를 도입했다.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상향하고,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기준을 현행 자산규모에서 국내총생산(GDP) 연동방식으로 변경했다. 동일인에게 국내계열사에 직·간접 출자한 해외계열사의 주식소유 및 순환출자 현황과 총수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해외계열사 현황에 대한 공시의무를 부과했다.
아울러 재벌기업의 부당행위로 인한 사익편취를 근절하기 위해 사익편취 규제대상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을 현행 상장회사 30%, 비상장회사 20%에서 상장·비상장 구분 없이 20%로 일원화했다. 이들 기업이 50%를 초과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도 규제대상에 포함해 규제대상을 확대했다. 이번 개정으로 대규모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 등 내부거래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개정안에서는 경쟁제한적 폐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상 규율이 쉽지 않았던 사업자 간 '정보교환행위'를 담합행위로 규정, 암묵적으로 이뤄지는 담합을 더욱 용이하게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강화했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선 업계 동향 및 시장조사를 위한 정보수집이 정보교환에 의한 담합으로 규제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경쟁사업자간 정보 공유에 대해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법무법인 바른 정경환 변호사는 "기업들이 타 기업의 임직원들과 가격 등 시장 정보를 공유하는 것 자체가 담합으로 오인될 수 있음을 각별히 주의해 경쟁사 접촉에 관한 내부적 통제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내부거래를 하는 경우 회사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및 범위 등 객관적 기준에 따라 합리적으로 거래조건을 정하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번 개정안은 기업들의 활동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을 상당수 포함하고 있다"며 "준법경영 시스템 정비와 지배구조, 내부거래 점검 등 법 시행에 앞서 보다 신속하게 사전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