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장도선 특파원】 2018년 미국 중간선거가 예상했던 대로 상원은 공화당, 하원은 민주당 승리로 막을 내린 가운데 이번 선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보다는 승리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중간선거를 스스로 자신에 대한 중간평가로 규정하고 역대 미국 대통령들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선거전에 개입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2018년 중간선거를 승리로 간주할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는 숫자상 결과다. 7일 낮(현지시간) 현재 민주당은 하원 의석을 27석 추가해 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했고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던 7개주의 주지사 자리를 빼앗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상원에서는 오히려 2석을 잃었다. 선거 결과 최종 집계에 따라서는 민주당의 상원 의석 추가 상실이 예상된다. 남북전쟁 이후 38차례 중간선거에서 여당이 무려 35회나 하원 의석을 상실했다는 데이터를 감안하면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의 하원 패배는 큰 뉴스가 아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 1기인 2010년 중간선거에서 여당인 민주당은 무려 하원 의석 63석, 상원 의석 6석을 공화당에 내줬다. 공화당의 성적표는 역사적 기준에서 나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의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둔 것도 의미가 크다. 민주당에서 흑인 주지사 후보가 나온 플로리다와 조지아의 선거 결과는 전국적 관심사였다. 특히 매번 대통령선거의 향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전통적 경합주인 플로리다는 공화·민주 양당이 가장 공을 들인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도 다른 지역보다 적극 지원 유세에 나섰다. 결과는 트럼프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에선 공화당의 론 드샌티스 후보가 제2의 오바마를 꿈꿨던 민주당 앤드루 길럼을 꺾었다. 플로리다 상원 선거는 공화당 후보가 0.5%포인트 앞선 상태에서 재검표에 들어갈 전망이다. 조지아 주지사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승리했다. 토크쇼의 여왕으로 불리는 흑인 여성 오프라 윈프리도 조지아와 플로리다의 민주당 흑인 후보들을 적극 지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벽을 넘지 못했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오바마케어 완전 폐지와 추가 감세 등 일부 정책에는 제동이 걸릴 게 확실시 된다. 하지만 공화당의 상원 수성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업적으로 생각하는 감세법이 무효화될 가능성도 사라졌다. 월스트리 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은 남은 임기 2년 정책 실패 책임을 민주당의 방해 탓으로 돌릴 수 있게 됐다고 분석한다. 뿐만 아니라 무역·인프라 정책은 별 영향을 받지 않거나 오히려 유리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통상정책은 기본적으로 의회의 승인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민주당에도 보호무역 지지자들이 적지 않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민주당이 선거 기간 의료보험과 달리 트럼프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집중 공격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CNBC방송에 따르면 워싱턴 리서치 그룹의 전략가 크리스 크루거는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들이 중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정책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인프라 투자 확대에 대해서도 공화당에 비해 민주당이 긍정적이라는 것이 지배적 견해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의약품 가격 인하도 민주당과의 협력 가능 분야로 지목된다.
일부에서는 초당적 이민합의 도출 전망도 제기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국경장벽과 민주당의 커다란 과제인 불법 체류 청소년 구제를 맞교환 하는 빅딜이 성사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지금까지 백악관과 민주당의 이민 빅딜을 가로막는 장애물 가운데 하나는 하원의 강경 공화당원들이었으나 민주당의 하원 장악으로 하원 내 상황 정리가 가능해졌다.
하원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세금보고 등을 문제 삼을 수 있지만 숱한 스캔들을 불러일으킨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타격은 주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상원 승리로 탄핵 우려가 사라진 것이 훨씬 큰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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