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에 생긴 부종 중심성망막염, 그대로 방치하면 황반변성 돼요
망막 중심부가 부으니 시력 '뚝' 떨어지고
눈앞의 글자는 삐뚤빼뚤… 작게 보이기도
대부분 자연회복 된다지만 절반 이상 재발
황반변성으로 이어지면 실명할 수도 있어
#. 40대 김모씨는 과음한 다음날 갑자기 눈앞이 흐리고 글자가 일렬로 보이지 않아 동네 안과를 찾았다. 안과 전문의는 양쪽 눈 황반 중심부에 물이 찼다며 약 처방 후 일단 지켜보고자 했다. 발병 당시 0.1 이었던 시력이 4개월 후에는 0.4까지 올라가 좋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몸 상태가 안 좋거나 피곤하면 재발과 자연 회복이 반복됐다. 10년 정도 지나자 시력이 떨어지고 운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직선들이 굴곡져 보여 안과병원을 찾았더니 '황반변성'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망막 중심부가 부으니 시력 '뚝' 떨어지고
눈앞의 글자는 삐뚤빼뚤… 작게 보이기도
대부분 자연회복 된다지만 절반 이상 재발
황반변성으로 이어지면 실명할 수도 있어
'중심성장액맥락망막병증'은 영양분을 공급하는 맥락막의 혈류 이상으로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에 부종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망막 중심부에 부종이 발생하게 되면 눈 앞에 동전 모양의 그림자가 지거나 시력저하와 함께 중심부 시력 장애와 함께 물체가 휘어져 보인다. 또 물체가 겹쳐 보이거나 찌그러지고 비뚤어 보이고 심지어 물체가 작게 보이거나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인다.
김안과병원 유영주 교수는 8일 "중심성망막염은 재발률도 높고 반복적으로 재발하면 시력을 상실하는 황반변성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발병 후 자연치유를 기대하다 치료시기를 놓치지 말고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과 관찰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심성망막염, 재발률 높아
중심성장액맥락망막병증은 발병 후 80%의 경우 1~6개월이 지나면 저절로 회복돼 특별한 치료 없이 경과관찰이 이뤄진다. 문제는 자연회복이 돼도 50~75% 정도는 한번 이상 재발한다는 것이다.
자연회복이 안될 경우 약제 또는 형광안저촬영 검사에서 나타난 누출점을 레이저로 응고시키거나 중심부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면 '타깃 레이저'를 이용해 망막 중심부에 직접 레이저를 조사하기도 한다. 만성 시에는 항체주사나 광역학치료를 하기도 한다.
김안과 망막병원이 지난 5년간(2013년~2017년) 중심성망막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9079명을 조사한 결과 40대가 38%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 30%, 30대 18%, 60대 9%, 70대와 10대가 각각 2%를 차지했다. 또 남성이 여성보다 약 4배 정도 많았다.
중심성망막염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과로, 과음, 흡연, 스트레스, 수면부족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60세 이후, 황반변성 의심해야
중심성망막염과 황반변성은 모두 망막의 황반부에 문제가 생겨 발병한다. 중심성망막염 환자가 나이가 들면 황반변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중심성망막염을 앓은 환자가 60대 이후에도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면 자연회복에 의지하기보다 신속히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문상웅 교수는 "최근 고지방, 고열량의 서구식 식습관으로 인해 고도근시에 의한 황반변성도 많아지고 있다"며 "예전에는 60~70대의 환자들이 대다수였으나 최근에는 40~50대 중년 환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황반변성은 중증이 되면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고 직선이 굴곡져 보이며 눈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보이는데 이미 세포 손상이 어느 정도 진행돼 원래 시력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병변이 황반중심(중심와)에 가까울수록 시력저하가 초기에 나타날 수도 있으며 이 경우 방치하면 2년 안에 실명이 된다.
황반변성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지만, 노화로 인해 황반 부위의 신경세포가 서서히 퇴화하는 것을 주원인으로 보고 있다. 황반변성이 일어나는 망막과 맥락막 조직은 우리 몸에서 단위 체적당 가장 왕성한 혈액이 흐르는 조직이다. 활동이 많은 만큼, 산화 스트레스도 많이 발생한다.
황반변성은 치료법이 없고 시력보존을 위한 치료와 관리가 병행된다. 건성 황반변성은 고용량의 종합비타민이 시력 저하를 늦춰주고 심각한 형태의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행되는 것을 늦추는데 도움이 된다. 습성 황반변성의 치료로 광역학요법(비쥬다인)과 항혈관생성인자를 안내 주입하는 두 가지 방법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40세 이상, 1년에 1번 안저검사 해야
시신경은 한번 손상되면 회복되지 않고 치료시기를 놓치면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다. 안질환은 초기 자각증상이 없기 때문에 정기검진으로 조기발견해야 한다.
안저검사는 안저카메라를 이용하여 동공을 통해 눈 안의 구조물을 관찰하는 것으로 눈 속의 유리체, 망막, 맥락막, 시신경유두와 혈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안저검사로 녹내장,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고혈압망막병증, 망막혈관질환, 기타 시신경병증 등 실명을 유발할 수 있는 대부분의 안과질환의 진단이 가능하다.
안저검사의 정해진 주기는 없지만 눈의 노화가 진행되는 40세 이상이라면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1년에 한번은 정기적으로 검사받는 게 좋다. 안질환은 초기에는 뚜렷한 자각증상이 없어서 안과검진을 받아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기에 발견하면 시력이 더 떨어 지지 않도록 빨리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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