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 문화 확산에 인싸춤·인싸템·인싸되는 법 등 관련 게시물 잇따라
인싸템, 소소한 재미 주지만 무분별한 마케팅에 부작용도 발생
“인간은 결속 통해 안전 추구하고, 내집단 편향 갖고 있어.. 인싸가 되고 싶은 것은 본능”
“향수를 뿌릴 때도 인싸처럼 뿌려봐”
인싸템, 소소한 재미 주지만 무분별한 마케팅에 부작용도 발생
“인간은 결속 통해 안전 추구하고, 내집단 편향 갖고 있어.. 인싸가 되고 싶은 것은 본능”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사진을 찍을 때도 인싸처럼 찍어봐”
“애교 아잇아잇 애교 아잇아잇 애교를 부릴 때도 인싸처럼 부려봐”
“난 널 사랑해 난 널 사랑해 고백을 할 때도 인싸처럼 고백해”
개그맨 유재필이 올해 9월 출시한 노래 ‘인싸 되는 법’ 가사의 일부다. 이 노래처럼 최근 청소년과 청년층에서 인싸가 유행하고 있다. ‘인싸(insider)’란, 조직이나 또래 집단에서 잘 어울리고 유행에 앞서간다는 인사이더의 줄임말이다. 아웃사이더의 반대말이기도 하다.
인싸와 더불어 인싸템도 등장했다. ‘인싸템’은 인싸들이 사용하는 물건을 뜻한다. 인싸템은 소소한 일상에서 재미와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과도한 마케팅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인싸 문화에 대한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 춤·포즈·아이템까지.. “나도 인싸가 되고 싶다”
인싸 문화가 확산되면서 유튜브, 인스타, 포털 사이트에서는 관련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튜브에서는 인싸 되는 법부터 인싸 음식, 인싸 춤 등 각종 영상이 수십만 개가 검색됐다. 특히 ‘서로 인싸라고 주장하는 아싸들의 치열한 인싸 퀴즈 대결’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한 달 만에 164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댓글도 5천개 이상 달렸다.
인스타에서는 ‘#(해시태그)인싸’라고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이 잇따랐다. 인싸 16만개, 인싸템 3만개, 인싸 필터 6천개 등 총 20만개가 넘었다. 연예인들도 게시물을 올리며 인싸 확산에 영향을 끼쳤다.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에서는 ‘인싸 되는 법’에 대해 고민하는 글들이 많았다. 여중생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이사를 가게 됐는데 자신의 상태는 인싸도 아싸도 아닌 중간 상태라며 학교에서 어떻게 하면 인싸가 될 수 있는지 글을 올렸다. “인싸가 되고 친구 많이 사귀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인싸들의 행동은?”, “인싸 필수 아이템은 뭐가 있나요?” 등 무려 15개의 질문을 디테일하게 작성했다.
초등학생 5학년이라고 밝힌 여학생도 고민을 털어놨다. 자신의 키가 140cm 대라고 밝히며 얼굴이 예쁘지도 못생기지도 않다고 글을 올렸다. 이어 인싸가 되기 위해 해야 할 말이나 하지 말아야 할 말, 옷을 잘 입는 방법, 향수 등을 물었다. 이외에도 인싸 되는 법 10가지 등 각종 질문과 답변들이 이어졌다.
■ “나만 소외되면 두려워”.. 너도나도 인싸템 인증샷
우리는 실생활에서 어떤 그룹에 속하지 않으면 불안함을 느끼고,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려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습득한다. 인싸템은 이러한 심리를 더 자극한다.
움직이는 토끼 모자, 연예인 얼굴로 필터, 빵빠레 아이스크림에 홈런볼, 맥심 믹스 커피를 얼려 먹는 커피 아이스바 등 관련 아이템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인싸템은 최저 몇 백원부터 최대 몇 십만원을 웃돌기도 한다.
대학생 A(27)씨는 주말에 가족들과 점심을 먹은 후 ‘빵빠레·홈런볼’을 인스타에 올렸다. A씨는 “모처럼 주말에 외식을 해서 기분도 좋고 인싸템 유행에 동참하고 싶었다”며 “소소하지만 행복을 느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B(35)씨는 직장에서 유병재 얼굴로 필터 해서 인증샷을 찍었다. B씨는 “남들이 하길래 한번 따라 해보고 싶었다”며 “함께 있던 동료들에게 웃음을 줘 재밌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빼빼로도 나눠 먹어 배도 부르고 일석이조였다”라고 덧붙였다.
인스타 아이디 ‘yeezy_mama’는 주부 인싸템이라며 ‘대파 다발’ 게시물을 올려 많은 이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대파와 쿠키를 꽃다발처럼 만든 대파 다발에 “이런 센스는 돈 주고도 못 산다”, “기억에 평생 남는 선물이다”, “너무 귀엽고 빵 터진다” 등 660개 이상의 좋아요 반응이 나타났다.
■ ‘제2의 등골 브레이커?’ 과도한 마케팅에 부작용 속출
무분별한 인싸템 마케팅에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인사템 관련 게시물을 살펴보면 소비 심리를 자극한 광고들이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관련 없는 물건이나 장소에도 ‘인싸템’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네티즌들에게 쉽게 노출되도록 유도한다.
실용성도 없고 턱없이 비싼 제품을 내놓아 ‘제2의 등골 브레이커(부모의 등골을 휘게 할 만큼 비싼 상품)’가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2011년~2012년 노스페이스 패딩 10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20만원대 상품을 ‘찌질이’, 70만원대는 ‘대장’ 등 가격에 따라 등급을 매기며 위화감을 조성했다.
성신여대 심리학과 서수연 교수(임상심리전문가)는 “우리는 결속을 통해 안전을 추구하고, 소속 집단이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해준다”며 “사회적 정체성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다른 사람과 나는 어떻게 다른지 구분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저 사람이 친구인지 적인지 구분 짓는 경향이 있다”며 “심리학에서는 내집단(in-group)과 외집단(out-group)이라고 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마음속 울타리에 있는 사람들을 내집단, 그 밖에 있는 사람들은 외집단에 속한다”며 “모든 사람은 자신의 집단을 선호하는 내집단 편향(ingroup bias)을 갖고 있어 내집단에 속한 사람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그 외의 사람에 대해서는 편견을 가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서 교수는 인싸 문화에 대해 “인싸가 되고 싶은 것은 누구나 다 갖고 있는 본능이다”라며 “집단주의적 문화보다 점점 개인의 개성을 중요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물건을 사는 것은 소속 집단의 정체성까지 드러내고 싶은 트렌드가 반영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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