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성폭력 처벌 구멍 숭숭.. 캡처본 1대1로 SNS 유포
전파가능성 입증 어려워 모욕·명예훼손 처벌만 가능
디지털 범죄 교활해지는데 법은 현실 제대로 반영못해
대법 ‘몰카 면죄부’도 논란
전파가능성 입증 어려워 모욕·명예훼손 처벌만 가능
디지털 범죄 교활해지는데 법은 현실 제대로 반영못해
대법 ‘몰카 면죄부’도 논란
#. 20대 여성인 A씨는 최근 친구에게 몇 장의 사진을 받고 깜짝 놀랐다. 휴대폰 화면을 캡쳐한 해당 사진에는 A씨가 교제 당시 전 남자친구와 주고 받았던 야한 농담이 가득 담겨있었다. 또 다른 사진은 A씨가 전 남자친구와 묵었던 호텔·모텔 결제 내역이었다. 친구는 "네 전 남자친구가 SNS로 다른 친구들에게도 보내고 다니니 조심해라"고 당부했다. 전 남자친구는 A씨의 스토커였다. A씨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하자 이처럼 다른 방식으로 A씨를 괴롭혔다. A씨는 전 남자친구를 고소하기 위해 법률자문을 받았다. 돌아온 답은 "1대1로 아무런 내용 없이 결제내역과 캡쳐본만 전달한 경우는 전파가능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처벌이 어려울 것"이었다. A씨는 "말로만 듣던 디지털 성폭력을 당했는데 잘 해야 모욕과 명예훼손 정도로만 처벌이 가능하다니 너무 우울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범죄 점점 교묘해지는데…"법과 현실 괴리"
19일 변호사 등 전문가에 따르면 디지털성범죄는 나날이 치밀해지고 있는데 법의 사각지대를 교묘히 파고 드는 반면 관련법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서혜진 변호사는 "해당 사건의 경우 전 남자친구의 행동이 반복되거나 구체적인 대화 내용이 있다면 협박으로 볼 가능성은 있지만, 사진도 음란물이 아니기 때문에 디지털성폭력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며 "법이 모든걸 다 포괄할 수는 없지만 성폭력 범죄의 경우 피해자의 입장이나 피해 규모에 비해 적절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관련 대법원 판례도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8월 대법원은 '몰카'를 찍어 전송한 상대가 피해자라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반포·제공' 등의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9월에는 성관계 동영상이 재생되는 장면을 사진으로 재촬영해 상대방 동의 없이 타인에게 보냈더라도 형사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대법원이 '리벤지 포르노 범죄'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몰카 아니어도 사이버성폭력"
실제로 몰카와 리벤지 포르노 등을 제외한 '성적 사이버불링'은 사이버성폭력 피해 유형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의 2017년 상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같은해 12월까지 성적 사이버불링 상담건수는 전체의 10.2%를 차지했다. 비동의 성적촬영물 유포(48.5%)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피해발생 플랫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40.9%로 가장 많았고 가해자는 전 연인이 34.5%로 제일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사성 관계자는 "온라인 공간에서의 성적 괴롭힘은 종류가 매우 다양하지만 지금까지 성폭력으로 불리지 않았기에 통계조차 존재하지 않았다"며 다양한 종류의 성폭력과 젠더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하고 피해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개념을 확실하게 세워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모든 성범죄가 디지털과 연관돼 있지만 아직 판례가 축적되지 않아 처벌 형량도 낮은 편"이라며 "영상이나 글, 사진 모두 피해자에게 입히는 영향력은 모두 같다고 보고 동일한 패턴으로 범죄를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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