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출판

인터파크가 꼽은 2018 출판계 트렌드 키워드 'P.E.A.C.E'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03 09:30

수정 2018.12.0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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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 프리미엄북 시리즈
인터파크 프리미엄북 시리즈

인터파크 도서 전문 MD들이 2018년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주요 이슈와 도서 판매 자료 분석을 통해 올해 출판계 키워드로 'P.E.A.C.E’를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P.E.A.C.E’는 ‘Premium Book’(리커버 프리미엄북 인기) ‘Essay’(에세이 전성시대) ‘Academic’(인문학 열풍) ‘Cultural Expense’(문화비 소득공제 시행) ‘Equality’(평등한 관계 추구)의 앞글자를 의미한다.

2018년은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 이슈로 가득했다. 올 초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 국내외 정세가 평화적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한반도에 큰 전환이 왔다. 주 52시간 근로 시대가 열리면서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미투 운동 및 페미니즘, 갑질 문화 역시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이슈 중 하나다.
또 각박한 현실에서 순간순간을 즐기며 마음의 평화를 추구하는 ‘힐링’,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트렌드가 출판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인터파크가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 출판계를 웃고 울게 만든 주요 키워드를 선정해 되짚어봤다.

한편, 인터파크는 독자들이 직접 올 한 해 동안 마음을 가장 많이 움직인 책과 음반을 뽑는 ‘2018 최고의 책·음반’ 이벤트도 오는 12월 13일까지 진행 중이다. 판매량 집계와 분야별 전문 MD의 엄정한 선별과정을 거친 후보작을 대상으로, 100% 독자 투표 결과에 따라 2018년 최고의 책과 음반이 결정된다. 이번 이벤트 페이지에서는 역대 화제의 수상작 및 2019년 기대작, 올해 주목받은 작가 인터뷰 등 다양한 출판계 콘텐츠도 함께 볼 수 있다.

■새 옷 입은 ‘프리미엄북’ 인기

읽는 재미를 넘어 소장하고 싶은 가치를 가진 스페셜 에디션 북이나 리커버북이 출판계 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책 표지 디자인은 수많은 책 중에서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결국 구매하기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이에 대형 서점과 출판사들은 독자들이 색다른 각도에서 책을 즐길 수 있도록 스테디셀러나 인기 도서를 새로운 디자인과 구성으로 선보이고 있다. 내용은 바뀐 것이 없더라도 마치 새 책 같은 효과를 줘 독자 반응도 꽤 좋은 편이다. SNS 등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졌고, 여기에 능숙한 독자들의 취향과 맞물려 선물용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인터파크는 올해 프리미엄 북 시리즈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재탄생시켰다. 줄리언 반스의 대표작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영국 대표작가 ‘줄리언 반스’답게 영국 품종인 웰시코기 캐릭터 무늬를 입혀 출간했다. 또 ‘소확행’의 트렌드에 맞춰 정글 에디션으로 출간한 김수현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역시 독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책을 손에 든 순간부터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이색공간에서 자유롭게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살인의 문 1·2 세트’는 세트 출간이 되지 않았던 상품을 세트화하여 도서 구매가 쉽게끔 했다.

캐릭터 에세이
캐릭터 에세이

■감성 자극하는 ‘에세이’ 전성시대

올해는 소설보다 에세이의 약진이 돋보이는 해였다.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1위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를 필두로 ‘모든 순간이 너였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등 에세이 도서가 최상위권을 휩쓸었다. 특히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힐링 에세이가 30·40대 여성 독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큰 주목을 받았다.

또 ‘곰돌이 푸’ 여세를 몰아 빨강머리 앤, 미키마우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정겨운 캐릭터 멘토를 앞세운 에세이들이 쏟아졌다. 이러한 캐릭터 에세이는 어린 시절 아침을 함께한 만화 주인공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메시지를 전한다.

주 타깃인 젊은 여성 독자의 성향에 맞게 마음을 건드리는 문장형 제목과 아기자기한 디자인으로 SNS에 공유하기 좋다는 게 장점. 사진 SNS인 인스타그램에 이들 에세이 관련 게시물은 3만6천여개에 달한다. 어렸을 때부터 접해왔던 캐릭터의 친근함과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전하는 캐릭터 에세이들이 지금의 우리를 열광하게 한다.

인터파크 성연령별 판매량 비중
인터파크 성연령별 판매량 비중

■미디어 영향 타고 ‘인문학’ 열풍

책을 통해 지식을 얻고자 하는 독자들의 욕구가 한층 높아졌다.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트렌드를 주도했으며, 열풍의 중심에는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이 있다. 올해 역시 그 위력이 대단했다. ‘알쓸신잡’에서 언급되거나 역대 출연진이 쓴 책들이 연중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며 독자들의 관심을 꾸준히 받았다.

특히 이 가운데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는 출간 즉시 전 서점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파급력이 남달랐으며, 이에 힘입어 종합 4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또한, 이 책에서 언급된 역사서 ‘사기열전’,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공산당 선언’ 등도 더불어 판매가 증가했다. 유시민 작가와 함께 '알쓸신잡'에 출연하며 이 시대의 지식인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쌓은 뇌과학자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의 ‘열두 발자국’은 종합 9위에 등극했다.

역시 알쓸신잡2로 유명한 건축가 유현준의 ‘어디서 살 것인가’도 출간 당시 단숨에 서점가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등극하며 그 인기를 증명했다. 한편, 방송의 영향으로 서양 고전도 재조명을 받았다. ‘알쓸신잡3’에 언급된 도서 6종은 방송 직후 판매량이 5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 '선을 넘는 녀석들' 방송에 출연한 유발 하라리 교수의 대표작 ‘사피엔스’는 방송 직후 순위가 역주행하기도 했다.

■‘문화비 소득공제’ 시행

지난 7월 1일부터 문화비 소득공제가 도입됐다. 이에 따라 총 급여 7000만 원 이하 근로자가 연 100만 원 한도 내에서 신용카드 등으로 책을 사고 공연을 관람한 비용에 대해 최대 100만 원까지 30%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가 국민의 문화생활에 대한 세제혜택을 통해 문화 소비를 촉진함으로써 삶의 질도 높이고, 출판·공연산업 활성화도 기하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근로시간 단축으로 여가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파크 지역별 판매량 비중
인터파크 지역별 판매량 비중

■상하·갑을, 남녀 관계에서 ‘평등’ 추구

억울하지만 참아야 했던 ‘갑질’이 연일 화두다. 과거에는 부당하지만 참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처럼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현명하게 분노를 표출하고, 서로를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하듯 부당한 상황에서 주눅들지 않고 제대로 대처하는 법을 전하는 도서들이 올 한해 큰 관심을 끌었다.

연초에는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출간 후 4개월간 베스트셀러 10위 권내 자리했고, 인터파크 대화/설득 카테고리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73% 증가했다.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과 ‘웃으면서 할 말 다하는 사람들의 비밀’ 등이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2018년 최대 화두는 단연 ‘페미니즘’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전히 ‘페미니즘?’이라는 질문을 받을 수 있으나 그만큼 올해 출판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거대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82년생 김지영’의 인기는 올해 한층 뜨거워졌고, 이를 필두로 페미니즘 계보의 책들이 다수 출간됐다.

문학계 성폭력 고발 운동 이후 올해 미투 운동까지. 각종 사회적 이슈와 맞물려 ‘사회 내 소수자, 약자들’의 상황을 구체적인 사건을 통해 드러내고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주를 이루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때로는 깊이 있는 시선을 유지하며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특별한 것이 아닌 사회를 구성하는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전해준다.
또한, 이들 도서는 전형적인 페미니즘 내용에서 탈피, 다양화된 젠더 문제에 대해 다루는 양상을 보였다.

한편, 페미니즘 관련 도서의 여성 구매 비중은 전체의 77% 로 남성(23%)보다 훨씬 높았다.
연령별로는 40대(29%)에서 주로 지지를 받았으며, 20대(25%), 30대(15%) 순으로 페미니즘 관련 도서를 많이 찾았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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