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대한 폭력범죄를 막기 위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상당수 남성들이 반발하고 있다. 여성이 피해자인 경우에만 적용되도록 하는 법안은 역차별이며 헌법에도 위배된다는 게 이들 남성들의 주장이다. 이에 법안을 발의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측은 남성 피해자를 배제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여성폭력방지법이란?
6일 국회에 따르면 정 의원이 발의한 여성폭력방지법은 강남역 살인 사건 등으로 촉발된 여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오고 피해자 보호와 지원에 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명시했다.
법안은 '여성폭력'을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 지속적 괴롭힘 행위,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 등으로 규정했다. 성별에 따른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유치원부터 전 학령에 걸쳐 학교에서 여성폭력 예방 교육도 받도록 했다.
다만, 법사위 법안심사2소위원장이기도 한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 법률 명칭에 '여성'만 들어간 점과 '성평등'이란 용어를 사용한 점, 지자체에 의무화하는 여성폭력 예방교육이 이미 기존 양성평등 교육과 중복돼 예산 낭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사위는 법안명은 원안대로 유지하되 '여성폭력'이라는 개념을 정의한 제3조 1항에 '성별에 기반한 폭력'이라고 돼 있던 원안을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고 바꿨다. 이로 인해 생물학적 남성은 해당 법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것이다.
■“왜 여성만 피해자냐” 반발
많은 남성들은 같은 피해를 입더라도 단지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명백한 역차별이라는 비판했다.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고 명시한 헌법에도 위배되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또 생물학적 여성만 혜택을 입을 뿐, 성전환 수술을 한 사람들은 배제하는 것 아니냐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라고 꼬집는다. MLB파크, 클리앙, FM코리아 등 남성 중심 커뮤니티 회원들은 이번 법안에 반발하며 여성폭력방지법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의 명단을 공유하고 있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여성만이 아닌 가정폭력, 성폭력 피해자를 다 포괄하려 했으나 법사위에서 의도와 달리 여성으로 한정짓고 수정된 거지, 원래 성소수자나 남성을 배제하려던 게 아니다”라며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관련 개별법에는 성별 구분이 없어 남성 피해자도 지원을 받을 수 있고, 다만 현재 이를 총괄하는 피해자 지원 규정과 체계가 없어 그 근거를 만든 게 이번 기본법”이라고 밝혔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장임다혜 연구위원도 “가정폭력, 성폭력 피해자 보호 및 예방에 대한 법률은 다 별도로 있기에 여성폭력방지법이 생긴다고 해서 남성 피해자만 지원을 못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다만 성소수자가 아닌 태어날 때부터 여성인 사람에게만 법안을 적용할 경우 이 자체가 차별이 될 수 있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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