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이상의 나이 든 여성들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여성 호르몬, 폐경 등 신체적 변화뿐 아니라 사회적인 원인 또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이다.
지난 9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우울증을 겪는 여성이 45만명으로 남성보다 2배 이상 많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70대 이상(16만6000명, 24.4%)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 60대(12만2000명, 17.9%), 50대(11만8000명, 17.3%) 순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재섭 교수는 "여성은 월경, 출산, 폐경 등에 따른 호르몬 변화가 극심한 경우 감정의 흔들림을 경험할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생물학적인 차이 이외에도 육아 및 가사와 직장생활의 병행, 시부모님과의 갈등, 남성중심 사회에서의 생활 등 사회적 환경 및 기대되는 역할의 차이도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지난 5월 '중년여성의 우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발표한 한서대학교 간호학과 손정남 교수 역시 "폐경과 갱년기로 인한 호르몬의 영향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걱정, 정서적 위기감과 불안, 가족관계에서의 존재감의 변화 등이 상호작용하여 우울과 같은 정서적 문제를 야기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증상이 사회적인 관심에서 빗겨나 있다는 점이다. 우울증을 겪는 중년 이상의 여성들은 상담을 받거나 정신의학과를 찾기보다 술을 먼저 찾게 된다.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알코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 2014년 건강보험심사평가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8~2013년 인구 10만명당 진료인원에서 40대 여성이 90명으로 가장 많았다. 50대 역시 87명으로 이에 못지않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알코올 치료센터 이선구 교수는 "일종의 자가치료로써 알코올을 섭취하는 경우가 많아 알코올 정신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주부가 많은 이 연령대에서 오후·심야에 가족 몰래 부엌에서 술을 마시는 '키친드링커'가 적지 않다. 여성 알코올중독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이 상태를 숨기다 결국 심각한 수준으로까지 발전할 수도 있다.
일례로 2015년 전북 정읍에서는 우울증과 알코올중독을 동시에 앓던 50대 여성이 지인에게 "목을 매고 죽겠다"고 알린 뒤 연락이 두절되기도 했다. 이에 경찰이 인근 야산에 쓰러져 거칠게 숨을 쉬는 김 씨를 발견해 생명을 구한 바 있다.
손정남 교수는 "중년여성의 우울은 심각하지만 사회나 가족의 관심을 받지 못해 문제가 심각해지고 예방이나 조기치료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면서 "중년여성의 우울은 가족 구성원 모두에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본인의 노년기 정신건강에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년여성의 우울은 개인적 문제이기보다 사회적 안정성 측면에서 사회적 문제라고 인식,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하여 사회적 지지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재섭 교수 역시 "이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증상이 악화해 일상생활이나 직장생활을 유지하지 못하고 심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거나 실제 시도로까지 이어진다"면서 "간혹 치료하지 않고도 좋아졌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재발과 악화를 반복하는 우울증의 특성상 시간이 지나 재발과 악화로 반복적으로 고통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smw@fnnews.com 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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