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는 큰 기대를 가지고 시작했던 한국 경제가 하반기 들어 경기 후퇴가 본격화되고 있다. 1·4분기에는 전기 대비 1.0%성장해 기대를 고조시켰지만, 2·4분기 3·4분기 모두 0.6% 성장에 머물러 한국은행은 2018년 성장률을 2.7%로 전망했다. 이는 2012년 이래 가장 낮은 성장률로 평가된다. 이 정도의 성적표도 삼성전자 등 반도체 특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고, 자동차를 비롯한 금속기계와 석유화학 등 기간산업들이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2019년에는 반도체 수출도 주춤할 것으로 보이고, 주요 교역 대상국의 성장률 전망도 낮추고 있어 2019년은 2018년보다 좋아질 것으로 보는 예측기관을 찾기 어렵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는 성장과 후퇴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경기순환적 후퇴라면 크게 우려할 것이 없다. 총수요 관리를 통해 후퇴의 진폭을 낮추고 하강 주기를 가능한 한 짧게 하면 되지만, 경기순환상의 후퇴 이상의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중국의 제조 2025 전략은 우리 경제의 위상을 뒤흔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국이 한국의 중간재를 수입해 미국 및 유럽 등지에 수출하는 구도에서, 한국을 패싱하고 직접 중간재까지 생산하는 구조가 완성되면 우리는 심대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인도와 아세안 국가 등 새로운 시장 개척으로 이를 적극 타개해 나가면 된다지만, 인공지능(AI), 반도체, 2차전지 등 첨단산업에서의 중국의 기술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한국 경제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펴고 있는 미국 트럼프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중국, 일본, 독일 등 각국은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백방의 노력을 하고 있고, 그 중심은 법인세 인하를 비롯해 기업 경영 여건의 개선에 있다. 우리 정부도 경제성장과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소득주도성장 전략은 문재인정부 방식의 성장전략이다. 그러나 정책 실험 20개월 되는 현 시점에서 성장률은 둔화되고 실업률은 늘어나고 일자리도 정부 예산으로 만드는 일자리를 제외하면 오히려 감소되었고, 소득 양극화 지표는 더 악화됐다.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도 그 효과가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려면 빨라도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난 이후일 것이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투자의욕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고, 영세 자영업자마저 가게를 정리하고 있다. 우리 경제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과 내수 간의 격차 문제 등이 있지만 이를 시정한다고 기업을 몰아붙이면, 기업은 해외로 떠나거나 잠수할 수밖에 없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면 황금 알은 더 이상 구하기 어렵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 정부가 앞장서 돕지 못할 것이면, 노무현정부처럼 기업에 대해서는 'NO TOUCH' 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왜곡을 막고, 최소한 성장에 방해되는 정부가 되지 않는 길이다.
한편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경제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위기 불감증이다. 모든 것을 정부가 책임진다 하니 경제 주체인 국민 개개인은 특별히 걱정할 것이 없다. 정말 그런 세상이 되면 좋겠지만 국민 스스로 책임의식이 없는 나라에서는 복지부동과 무사안일만이 판치게 될 뿐이다. 최근 빈번한 안전사고도 나사 빠진 해이한 정신이 근본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 더욱이 1인당 GDP가 12년째 2만달러대에서 머물다 이제야 3만달러에 진입한다고 하니, 준엄한 현실은 망각하고 1997년 경제위기 전야와 같이 샴페인만 미리 터뜨리지 않을까 조바심이 앞선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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