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나 교도소 등 구금시설에 과밀수용을 하는 것은 수용자의 존엄을 훼손하는 인권침해 행위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구금시설 과밀수용으로 인한 수용자 인권침해에 대해 직권조사를 실시하고 법무부장관에게 △여성수용자 거실 확대 등 우선적 조치사항 시행 △구금시설 신축과 증축 등 대책 마련 시행 △가석방 적격심사 대상 선정시 형 집행률 기준 완화 등 가석방 적극 확대 방안 마련 등을 권고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검찰총장과 대법원장에게는 각각 불구속 수사 및 재판 원칙을 지켜 미결구금을 줄이기 위한 방안 마련을, 국무총리에게는 관련 부처 협의체를 구성해 구금시설 과밀수용 문제의 신속한 해결을 권했다.
그동안 인권위의 10여 차례 개선 권고에도 구금시설 수용률은 2013년 이후 해마다 증가해 2017년 말 기준 115.4%를 기록했다. 특히 대도시 주변 구금시설 수용률은 124.3%로 전체 평균보다 8.8% 높았으며, 여성수용자의 경우 전용 교정시설이 전국에 하나 밖에 없는 현실에서 부산구치소 여성수용률은 185.6%에 이르렀다.
인권위는 과밀수용으로 수용자의 인권침해는 올해와 같은 혹서기와 혹한기에 그 상황이 더욱 심각해 수용자간 다툼과 입실거부, 징벌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조사에 응한 한 수용자는 “사람을 교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해 더 악랄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진술했다.
인권위는 “헌법재판소는 과밀수용에 대해 ‘국가는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준수해야 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수형자가 인간으로서 가지는 존엄과 가치를 훼손할 수 없다’고 밝혔다”면서 “국제사회에서도 ‘수용자 처우에 관한 국제연합(UN) 최저기준규칙’과 ‘모든 형태의 억류·구금 하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원칙’에서 수용자에게 굴욕적이며 비인간적인 처우를 하지 말 것을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용자라 할지라도 인간으로서 존엄을 유지해 우리 사회 구성원임을 자각하게 하는 것이 행형의 궁극적인 목적이고 재사회화의 출발점”이라며 “인권위는 구금시설의 과밀수용 상황은 사람을 수용하는 시설의 최저 기준을 충족하지 않았으며, 국가 형벌권을 넘어 수용자 6만 여명의 존엄을 훼손하는 인권침해 행위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직권조사 결과 최근 5년간 수용자는 26% 증가해 2017년에는 미결구금 수용자가 전체 수용자의 35.4%를 차지하는 반면 수용정원은 4% 증가했다”며 “인권위는 구금시설 과밀수용의 실질적 해결을 위해 법무부 뿐 아니라 범정부적인 협의, 법원과 검찰의 불구속 재판과 수사의 원칙 구현, 시민사회의 교정시설을 바라보는 인식의 개선 등도 필요한 것으로 봤다”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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