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비상장 스타트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가치 100억엔(약 1000억원) 이상인 스타트업을 일컫는 '유니콘' 숫자가 최근 1년새 두 배 이상 늘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창업 20년 이내의 153개 비상장 기업들의 기업가치를 분석한 결과 추정 기업가치가 100억엔을 넘는 기업수는 27개로 지난해(22개)보다 2.1배 증가했다.
인공지능(AI)과 금융·정보기술(IT)이 융합된 핀테크 관련 기업들이 기업가치 순위에서 상위를 차지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혁신의 견인차로 참신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신흥 세력의 성장을 지지하는 움직임이 급속히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AI-핀테크 스타트업 강세
기업가치 1위를 차지한 스타트업은 AI 개발사인 프리퍼드네트웍스로 기업가치가 2402억엔에 달했다.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기계제어 및 의료진단 실용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도요타자동차와 히타치제작소 등 다양한 업종으로부터 투자를 받고 있다.
801억엔으로 기업가치 2위를 차지한 전력관리 시스템 개발업체 파네일 역시 AI가 전력수급 예측과 전기요금 견적을 내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파네일은 도쿄전력 등 전력 대기업들과 잇따라 제휴를 맺고 있다.
핀테크계 기업들의 성장도 주목할만하다. 금융서비스 창출에 스타트업의 기술 및 아이디어를 원하는 은행과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가치 3위(652억엔)인 클라우드 회계 소프트웨어 취급 업체 프리(freee)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기업가치가 70% 급증했다. 지난 8월 라인(LINE)과 미쓰비시UFJ은행 등으로부터 총 65억엔의 자금을 조달 받았다.
투자관련 어플리케이션인 피나텍스트 역시 KDDI 등으로부터 60억엔의 자금을 조달해 투자 초보자를 위한 응용 프로그램 등을 개발중이다.
■'성장 견인' 기대에 투자자금 계속 확대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가 전반적으로 늘고 있는 주요 원인은 이런 젊은 기업들이 일본 산업 구조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 속에 투자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재팬벤처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6월 일본 스타트업 자금 조달액은 1732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올해 처음으로 4000억엔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NHK도 "장래성 있는 벤처 기업을 키우자는 투자 움직임이 금융기관 등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생명보험 대기업인 일본생명은 이달 중 자회사를 통해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1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새로 설립할 예정이다.
투자 대상은 사업이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정보통신(IT) 분야 등의 벤처기업으로 업체당 수십억엔을 투자하고 해외진출 등 사업 확대를 뒷받침할 계획이다.
■美中에 비해 아직 미약..신중 목소리도
이처럼 일본 스타트업이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에 비해서는 아직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액은 미국이 올해 1000억달러 이상으로 일본(올해 4000억엔 예상)의 30배에 달한다.
유니콘 숫자에서도 미국은 약 140사, 중국이 80개사에 달하지만, 일본은 프리퍼드 네트웍스 한곳 뿐이다.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현 상황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저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금이 모여 기업가치를 실제보다 과장해서 평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세계적으로 과잉 유동성이 축소하게 되면 투자자들이 선별작업을 강화해 투자 조정 국면으로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