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키스 해링·케니 샤프.. 저항 속에서 꽃피운 ‘예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18 17:31

수정 2018.12.18 17:31

‘경제적 혼란기’ 맞은 80년대 뉴욕
예술로 사회비판한 ‘이스트빌리지’
당시 활동했던 작가와 작품들
재조명하는 전시 곳곳에서 열려
서울시립미술관 '이스트빌리지 뉴욕: 취약하고 극단적인' 기획전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이스트빌리지 뉴욕: 취약하고 극단적인' 기획전 전경


뉴욕 맨해튼 이스트빌리지. 뮤지컬 '렌트'의 배경으로도 잘 알려진 이곳은 호황기의 끝, 경제적 혼란기를 맞이한 1980년대 뉴욕에서 저렴한 월세로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 실험적인 예술을 펼쳤던 일종의 예술 용광로였다. 당시 슬럼가였던 이곳의 빈 건물에 옹기종기 예술가들이 모여살면서 자신을 둘러싼 사회·정치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폭력과 차별로 가득한 현실에서 소통과 연대를 통해 사회에 대한 저항과 비판을 실천하는 실험적 예술활동을 펼쳐 뉴욕 미술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그래서일까. 비슷한 상황을 맞이한 한국 사회를 위로하듯 서울 곳곳의 미술관들이 이 시기를 주제로한 전시를 대거 선보이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중인 '이스트빌리지 뉴욕: 취약하고 극단적인'전을 통해 열정 가득했던 예술 현장의 흔적을 살펴보고, 당시 그곳에서 활동했던 팝아트 작가 키스 해링과 케니 샤프의 작품 세계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잠실 롯데뮤지엄에서 만나볼 수 있다.

■치열한 창작의 장 '이스트빌리지 뉴욕'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내년 2월 24일까지 열리는 기획전 '이스트빌리지 뉴욕: 취약하고 극단적인'은 열악한 조건에서도 치열한 창작의 장이 되었던 1980년대 뉴욕 이스트빌리지를 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당시 이스트빌리지에서 활동하던 작가들의 실존적 삶에 주목하고 그들의 예술 활동을 통해 사회·정치적 참여를 실천한 작품들을 살펴보고자 기획됐다. 총 26팀의 작가를 초대해 75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는 최근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회고전이 열렸던 데이비드 워나로비치를 비롯해 장-미셸 바스키아, 키스 해링, 테사 휴즈-프리랜드, 안드레아 스터징 등의 회화, 조각, 영상 작품 대부분이 한국에 처음 공개된다.

전시는 현실에 대한 저항 혹은 시대정신의 반영으로서 예술 실천이 갖는 다양성과 실험성을 보여주는 한편, 그 바탕에 내재된 삶, 예술, 정치의 유기적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삶과 예술', '삶과 정치', '예술과 정치' 등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키스 해링 '피플'
키스 해링 '피플'


■예술은 삶, 삶은 곧 예술…'키스 해링'

1980년대 이스트빌리지에서 10년간 활동하며 자신의 예술혼을 불태운 뒤 홀연히 세상을 떠난 키스 해링. DDP에서 진행중인 '키스해링,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꾸다'전은 키스 해링이 1978년 뉴욕 시각예술학교에 재학하며 시작했던 작업부터 1990년 서른 한 살의 나이에 생을 마감할 때까지의 주요 작품 175점을 '표출의 시작', '모든 이를 위한 스토리텔링', '예술적 환각을 통한 초월', '메시지, 음악을 통한 발언', '해링 코드', '심볼과 아이콘', '종말이라는 디스토피아', '원시 에너지와의 조화', '시작의 끝, 그리고 끝의 시작' 등 8개의 섹션으로 나눠 선보인다. 뉴욕의 지하철 벽에 달린 광고판에 흰색 분필로 아기와 동물, 텔레비전 등을 그려넣은 '지하철 드로잉'을 비롯해 그의 대표작인 '아이콘',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초대형 작품인 '피플'과 '피라미드'와 사망 1개월 전 발표한 '블루프린팅'까지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3월 17일까지.

케니 샤프 '피카붐'
케니 샤프 '피카붐'


■팝아트로 만든 '유니버스' 케니 샤프

공상과학만화의 캐릭터와 소비사회의 메시지를 결합시켜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펼친 팝아트의 황제 케니 샤프(60) 역시 1980년대 이스트빌리지에서 주로 활동했던 팝아트 작가다.

케니 샤프는 앤디 워홀의 영향을 받아 1980년대 팝아트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고 발전시킨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롯데뮤지엄에서 진행중인 '케니 샤프, 슈퍼팝 유니버스'전은 그의 초기 작업부터 최근 작업까지 그의 예술 세계를 총망라한다.
이스트빌리지에서도 반항아들의 집합소로 널리 알려졌던 클럽 57에서 해링, 바스키아와 함께 활동했던 그는 1980년 서브컬쳐 작품들로 구성된 대규모 단체전을 통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뉴욕 휘트니 비엔날레에서 환상적인 설치 공간 코스믹 카반을 선보이고 승승장구하던 중 1987년 앤디워홀, 1988년 바스키아, 1990년 키스 해링의 사망으로 충격에 빠진다.
하지만 이러한 기억을 바탕으로 친구들을 빼앗아간 마약과 에이즈에 대한 공포, 핵전쟁과 환경문제 등에 대한 두려움을 특유의 유머와 결합시킨 초현실적인 작품들을 선보였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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