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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없인 못 살아".. 당신도 혹시 '커피 사피엔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22 07:40

수정 2018.12.22 07:40

식약처, 하루 최대 카페인 섭취량 성인 400mg·청소년 125mg 이하로 제한
에너지 드링크, 녹차 아이스크림 등 의외로 카페인 함량 많은 식음료 많아
카페인 함량 표시, 식음료에만 의무화.. 그러나 고카페인 음료 아니면 표기 안 해도 돼
카페인, 집중력 높이고 치매·우울증 등 예방 효과 있지만 수면장애·두통 등 부작용도
# 직장인 A(33)씨는 출근할 때마다 아메리카노를 들고 회사로 향한다. A씨는 “아침에 커피가 없으면 불안하고 허전하다”며 “습관적으로 커피를 사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점식 식사 후에도 커피 전문점을 찾는 등 하루에 최소 3~4잔은 마시는 것 같다”며 “카페인 맛에 중독돼 커피를 끊을 수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A씨 사례처럼 출근길에 커피를 들고 있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점심시간 때는 어느 커피 전문점을 가도 북적거리고 빈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직접 점원에게 주문하지 않고 ‘포노 사피엔스(폰 없인 못 사는 사람)’는 스마트폰으로 커피도 시킨다. 가히 ‘커피 사피엔스(커피 없이 못 사는 사람)’라 할만하다.

관세청·커피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이 마신 커피는 265억 잔이다. 1인당 연간 512잔을 마신 것으로 ‘커피 공화국’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다. 10년 전 커피 소비량이 204억 잔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0년 만에 30% 증가한 것이다.

현재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11조 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커피 원두 수입량도 15만 9,309톤으로 2016년(15만 3,030톤)보다 4.1%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7년 12월 기준 커피 전문점도 무려 7만 3,706개에 달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이 마신 커피는 265억 잔이다. 1인당 연간 512잔을 마신 꼴이다. /사진=프리큐레이션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이 마신 커피는 265억 잔이다. 1인당 연간 512잔을 마신 꼴이다. /사진=프리큐레이션

■ “이건 몰랐지?” 식음료 카페인 함량의 비밀

카페인은 몸에 흡수 후 1시간 내 효과가 발생하고, 3~4시간 내 사라진다. 카페인을 자주 복용하면 내성이 생겨 효과가 줄어드는데 이때 더 많이 복용하면 카페인에 중독된다. 그렇다면, 하루에 커피를 몇 잔 마셔야 적당할까?

식약처는 하루 최대 카페인 섭취량을 성인 기준 400mg 이하, 임산부 300mg 이하, 청소년은 125mg 이하로 제한했다. 하지만 우리가 평소에 즐겨 먹는 식음료에도 카페인이 상당수 함량 되어 있어 조절하지 않으면 하루 최대 카페인 섭취량을 쉽게 넘어설 수 있다.

카페인 함량에 따른 식음료를 살펴보면 ▲아메리카노 130mg ▲커피믹스 40~80mg ▲캔 커피(175ml) 74mg ▲에너지 드링크 30~210mg ▲커피우유 43mg ▲녹차 아이스크림 50~100mg ▲콜라(250ml) 23mg ▲피로회복제 30mg ▲초콜릿(30g) 16mg ▲두통약 50mg ▲종합 감기약 10~15mg으로 나타났다. 성인은 아메리카노를 3~4잔을 마시면 하루 최대 카페인 섭취량을 가뿐히 넘기게 되고, 청소년도 에너지 드링크와 커피우유를 마시면 하루 권장량을 넘는 셈이다.

현재 카페인 함량 표시는 식음료에만 의무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250mL 캔 음료라면 37.5mg 이상 함유 시 카페인 함량 표기를 해야 하지만 고카페인 음료가 아니면 함량 표기를 안 해도 된다. 또한, 자양강장제나 감기약 등에 들어가는 인공적인 카페인은 함량을 제한하는 제조 기준이 있지만, 커피·차·콜라의 카페인은 천연원료에서 유래됐다는 이유로 함량 제한이 없는 실정이다.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11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커피 원두 수입량도 15만 9,309톤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진=프리큐레이션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11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커피 원두 수입량도 15만 9,309톤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진=프리큐레이션

■ 2명 중 1명은 매일 1잔 이상.. “커피, 하루에 몇 잔 드세요?”

두잇서베이는 지난 7월 전국 10~50대 이상 남녀 3,530명을 대상으로 카페인 음료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카페인 음료를 얼마나 자주 마시나요?’ 질문에 1일 1회 이상이 절반(50.7%)을 차지했으며, 일주일에 1~6회도 25.8%로 나타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페인 음료를 자주 섭취했다. 2명 중 1명은 카페인 음료를 매일 한 잔 이상 먹는 셈이다. 반면, 한 달에 1~3회(12%), 1년에 1회 (5.3%), 3개월에 1~2회 (4.2%), 6개월에 1회 (2.0%) 순으로 카페인 음료를 적게 섭취하는 사람은 소수였다.

응답자들은 카페인 음료 중 커피음료(78.2%)를 가장 선호했다. 이어 탄산음료(31.1%), 커피우유(28.9%), 초콜릿 드링크(20.5%), 녹차음료(20%), 에너지 드링크(14.5%) 등 순이었다. 카페인 음료 중독에 대해서는 중독도 높음 24%, 중독도 보통이 29.2%로 중독도 낮음 46.8%와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카페인 음료 민감도에 대해서는 민감도 높음 18.7%, 민감도 보통 30.3%, 민감도 낮음 51.1%를 나타냈다. “카페인 음료 부작용을 경험해보았냐”라는 질문에는 그렇다 36.9%, 아니다 47.5%, 잘 모르겠다 15.6%로 나타났다.

카페인은 집중력·기억력 향상, 치매·우울증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지만 과다 섭취하면 수면장애·위장질환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사진=프리큐레이션
카페인은 집중력·기억력 향상, 치매·우울증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지만 과다 섭취하면 수면장애·위장질환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사진=프리큐레이션

■ 진통제 보조제로 쓰이는 카페인의 효능과 부작용

카페인은 예전부터 잠을 쫓을 때, 신체 기능을 향상시킬 때 등 진통제의 보조제로 쓰였다. 피로와 스트레스,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요즘 시대에 사람들이 카페인 유혹에 쉽게 빠져드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카페인은 각성효과가 뛰어나 졸음을 막아주는데 이는 일시적으로 피로를 쫓을 뿐 실제로 피로를 해소해 주는 것은 아니다.

카페인은 뇌에서 연쇄반응을 일으켜 뇌신경 세포 손상을 억제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며, 우울증·당뇨병·간암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도 잇따르고 있다. 집중력과 기억력도 향상시키고, 지방산 분해를 도와 에너지 소비량을 평소보다 10% 증가시킨다. 또한, 음주 후 간 손상을 저하시켜 숙취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단, 음주로 인해 망가진 위장을 더 악화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식사 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반면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면 수면장애, 위장질환, 두통, 손 떨림, 짜증, 불안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수면장애는 카페인이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정신을 각성시키고, 수면을 유도하는 아데노신 수용체의 활동을 방해해 발생한다. 두통은 뇌가 카페인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갑자기 줄이면 금단 현상처럼 머리가 아픈 것이다.

카페인은 위산 분비를 촉진시켜 속 쓰림, 위염, 위궤양, 역류성 식도염 등 위장질환을 앓을 수도 있다. 특히 공복에 마시는 커피는 위벽에 더욱 부담을 준다. 또한, 대장의 연동운동을 비정상적으로 만들어 복통을 동반한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이에도 심장 박동이 빨라지거나 불규칙해져 불안증이나 심장 부위의 통증을 유발하며 심할 때는 손 떨림 증상이 나타난다.

카페인은 과하게 섭취하지 않으면 인체에 유해한 성분은 아니다.
하루 권장량이 있지만 개인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손 떨림, 두통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면 조절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카페인을 갑자기 줄이면 오히려 몸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서서히 줄여나갈 것을 권했다.
카페인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서 카페인 음료 대신 물이나 허브티 등 카페인 함량이 적은 차를 마실 것을 조언했다.

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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