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정치경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싱크탱크 여시재의 이광재 원장은 여시재 홈페이지에 올린 칼럼에서 "북한은 경제발전을 위한 인재, 안목, 경험이 모두 부족해 개발계획 수립과 실행 전 과정에 외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북한 스스로 어떤 국가 모델을 선택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한 국가가 경제 성장을 추진하는 데에는 경제 자문과 조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한국만 해도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성장 정책에 에른하르트 당시 독일 총리의 조언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강조했다. 당시 미국에게 차관 지원을 거절당했던 박정희 대통령에게 차관 지원과 함께 경제 성장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 에른하르트 총리다. 전후 독일을 재건해 ‘라인강의 기적’을 이끈 에른하르트 총리는 고속도로와 자동차 공장을 건설하고 중화학 공업을 추진할 것 등을 박 대통령에게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북한이 개혁개방에 들어선다면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과 국제기구들이 경제자문을 자처할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의 귀재라고 알려진 짐 로저스는 최근 금강산관광개발 사업권을 가지고 있는 민간기업 아난티의 사외이사로 선임돼 주목받았는데 향후 북한 투자의 자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북한도 성공적인 개방과 국제사회 복귀를 위해 ‘북한판 신사유람단’ 구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네덜란드계 미국인 선교사 벨벡은 일본 메이지정부에 해외사절단 파견을 제안해 일본판 신사유람단인 ‘이와쿠라 사절단’을 파견했다"며 "이와쿠라 도모미(당시 외무성장관)를 특명전권대사로 한 이와쿠라 사절단은 총 107명의 인원이 1년 10개월에 걸쳐 미국과 유럽, 총 12개 국가를 순회했다"고 전했다. 당시 메이지 정부의 현직을 담당하는 핵심인물들이 장기간 외국을 돌며 문물을 습득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이들의 해외체류기간 동안 국정을 담당할 ‘부재중 정부’를 대신 세울 정도로 당시 일본은 이들의 해외 유람을 전폭 지원했다. 이 원장은 "(이와쿠라 사절단의) 평균 나이는 32세, 대부분이 사무라이 계급 출신이던 이 사절단들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을 비롯한 서양국가들의 정치, 산업, 과학 등 서구문명의 첨단을 견학했다"며 "사절단은 귀국 직후 ‘부재중 정부’의 중심이었던 사이고 다카모리 등이 제기한 '정한론(征韓論)'을 꺾고 일본 부국강병을 국가 전략으로 채택하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북한도 지난 10월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을 비롯한 6개 대학 총장단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UBC)대학을 방문하는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 원장은 "남북한 과학기술 교류 차원에서 북한을 4차 산업혁명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며 "교통, 의료, 교육 등 사회 기반시설이 낙후되고 미비한 북한은 스마트 시티 실험을 실시하기에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산업화된 기존 도시들에서는 원격 의료, 원격 교육, 자율주행차를 실험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며 "구글의 스마트 시티 실험이 캐나다 토론토의 폐항구를 이용하거나 암호화폐 백만장자인 제프리 번스가 네바다 사막 한가운데에 블록체인 시티를 세우는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원장은 "북한은 엘리트 중심 사회"라며 "개혁개방을 이끌 엘리트들이 세계를 알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습득하는 것은 통일비용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밝혔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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