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트 캐피털이 제시하는 기준으로 우리 기업들을 평가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단순한 윤리경영 혹은 책임경영 등의 추상적 얘기가 아니다. 임금격차, 종업원 교육, 지역사회공헌, 소비자보호, 인권보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활동을 평가할 경우 긍정적 결과를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짐작된다. 우리와 비교할 수 없게 기업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과 단순비교를 할 수는 없다. 이런 식의 평가가 기업활동을 더 어렵게 한다는 반발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도 이제는 이 같은 기준에 신경을 써야 할 때가 오지 않았나 싶다.
지난 연말 이른바 '김용균법' 논란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기업의 안전책임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으로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된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국에서 누가 사업을 하겠는가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물론 최근 기업환경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른바 김용균법을 촉발한 사건을 보면 기업의 어려움만을 호소할 수는 없다. 김씨가 사망한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는 2010년 이후 사망자만 12명이 나왔다. 모두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현장의 하청업제 직원들은 화장실도, 구내식당도 이용할 수 없었다는 증언도 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회사에 불리한 증언을 하지 못하도록 보안각서를 강요했다고 한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던 작업환경을 전혀 개선하지 않다가 여당 대표 방문을 앞두고 전체 물청소를 하는 장면도 보도되었다. 이런 경우도 안전조치 강화대책이 기업활동을 어렵게 한다고 불만을 제기할 수 있을까.
속된 말로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다. 고상한 말로 한 생명은 천하보다 귀하다는 명제를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 회사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은 사람의 죽음 앞에 아무런 느낌이 없었을까. 사망자들이 하청업체 비정규직이라 마음의 떨림이 전혀 없었을까. 아무리 곱씹어도 이해할 수 없는 비정함이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창출이라 백번 양보해도, 그렇게 해서 많은 이윤을 남긴 기업을 좋은 기업이라 할 수는 없다. 올바른 기업은 더더구나 언감생심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반기업정서를 불평하기 전에 최소한 사람이 죽어나가는 기업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정부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 역시 스스로 희망의 증거가 되기 위한 노력을 먼저 기울여야 한다. 새해에는 '올바른 기업' 리스트와 그 평가요소들에 대한 연구를 해주기 바란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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