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쌀(일반계, 상품) 20㎏ 소매가격은 5만4050원으로 1년 전의 4만3115원보다 25.4% 상승했다.
2013년 이래 하락을 거듭하던 쌀값이 2017년 연말 이후 반등한 것은 1차적으로 쌀 생산량 감소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2015년 433만t이었던 것이 2017년에는 397만t으로 감소했고, 2018년에는 387만t으로 다시 감소했다. 쌀 생산량 감소는 쌀 경지면적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지만 쌀 생산량 축소를 유도하기 위한 변동직불금제도 등 다각적 정부정책이 주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쌀값은 현 수준을 어느 정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최근 쌀값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19만6000원(80㎏ 기준)으로 쌀 목표가격 인상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하지만 농민단체는 24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현재 정부가 고려하는 목표가격 수준이면 정부의 변동직불금 예산 부담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확보된 예산으로 가능한 최대 수준으로 높여달라는 요구로 인식된다. 쌀값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쌀은 가장 중요한 필수재다. 보통의 필수재였다면 가격이 20% 이상 급상승하면 정부 보유미를 방출해서라도 쌀값 안정책을 시행했을 것이다.
쌀값 상승에도 정부가 시장개입을 자제했기 때문에 이 정도의 쌀값 상승이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쌀과 농촌, 농민에 대한 대다수 국민의 극진한 애정이 쌀값 오름에 인내심이 발휘된 것으로 인식 된다.
특히 2018년에는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과 맞물려 쌀값 급등에 대하여 정부 개입이 자제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런 여건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 올해 경제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물가와 금리가 상승하고, 경제가 불황국면에 들어서면서 국민의 주머니 사정도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쌀값 상승으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쌀 소비 감소라고 할 수 있다. 20~30대 소비자의 취향은 50대 60대와 다르다.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었어도 밥을 안 먹으면 식사가 끝난 것으로 생각지 않는 기성세대와 달리 신세대는 갈비, 치킨, 햄버거, 피자, 스파게티 등 육류와 분식을 선호한다.
이들 세대에게 밥은 대체 가능한 식품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쌀값 상승은 쌀 소비량 감소를 촉발할 수 있다. 높은 쌀값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쌀 소비량이 더 이상 줄지 않게 잡아두는 것이라고 생각할 때 쌀값이 오르는 것이 마냥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쌀 수출국가들과 가격격차가 확대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한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식량안보 측면에서 쌀 경지면적이 가파르게 축소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쌀 소비량이 더 이상 줄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에서는 쌀 소비 감소세가 멈추고, 미미하지만 오히려 증가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다행히 2017년에는 쌀 소비 감소세가 둔화됐다.
또한 남북한 경제교류가 활성화되면 식량부족에 시달리는 북한의 현실을 감안할 때 쌀 초과공급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2018년은 쌀 문제 해결 가능성이 보인 한 해였다. 자연스러운 시장 흐름을 무리하게 깨기보다는 좋은 기조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