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에 대형 투자했던 '바이낸스 랩' 최형원 디렉터 인터뷰
“한국 ‘비들러(BUIDLer·블록체인 기술 및 서비스 개발자)’들이 블록체인·암호화폐 국제무대에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기술력을 갖춘 블록체인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들은 바이낸스 랩이 세계 각국에서 10주간 진행하는 인큐베이션 과정을 통해 ‘프로덕트-마켓 핏(Product Market Fit·시장 적합성)’을 갖춘 제품과 서비스를 최대한 빨리 상용화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블록체인 기술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 만든 바이낸스 랩(Labs)이 오는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라고스, 홍콩, 싱가포르, 베를린, 부에노스 아이레스 등 6개 도시를 거점으로 인큐베이션 프로그램 시즌 2를 진행한다.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즌 1에 참여한 8개 팀의 데뷔 무대(비들러 데이)를 성공적으로 마친 바이낸스 랩은 블록체인·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이 스타트업을 넘어 글로벌 회사로 거듭나는 데 필요한 모든 자원을 제공하고 있다. 즉 비들러 발굴·육성을 통해 블록체인·암호화폐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을 이끄는 바이낸스의 핵심 목표를 실현하는 조직이다.
■한국 블록체인 개발자를 국제 무대와 연결하다
바이낸스 랩 최형원 디렉터( 사진)는 16일 서울 강남대로 드림플러스에서 파이낸셜뉴스 블록포스트와 인터뷰를 통해 “한국 비들러들이 한국에서 먼저 성공한 뒤 해외로 나갈 수 있다는 편견을 버리고 과감하게 글로벌 무대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즌 1 당시 8개 팀 중 2개 팀 역시 한국 개발자로 구성된 ‘아키오 랩’과 ‘인젝티브 프로토콜’이다. 최 디렉터는 “벌써 유료 고객사들을 확보하기 시작한 아키오 랩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온체인과 오프체인에서 모은 주요 데이터를 분석해 제공하는 블록체인 애널리틱스 팀”이라며 “탈중앙화 거래소를 만드는 인젝티브 프로토콜의 경우는 미국 스탠포드 대학 컴퓨터공학과의 전설로 꼽히는 댄 보네 교수 연구팀(랩) 출신 한국 학생들이 창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낸스 랩은 지난 12~13일 이틀간 서울에서도 ‘한국 바이낸스 SAFU 프리 해커톤’을 열었다. 이번 행사의 챌린지 부문에서 최종우승을 차지한 블록체인 기반 보안 업체 수호(SOOHO)는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본선 해커톤에 한국 대표로 참가할 예정이다. 최 디렉터는 “규제와 시세 하락 등 여러 가지 악재 속에서도 훌륭한 개발자들은 각자 자리에서 묵묵하게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며 “전 세계 개발자들의 뛰어난 아이디어가 보다 빠르게 시장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면 제대로 된 블록체인·암호화폐 이용사례(Use Case)들이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신현성·권도형 대표의 '테라' 실행력에 대형투자
바이낸스 랩은 세계 블록체인·암호화폐 프로젝트 중 유망한 팀을 발굴해 장기적 투자를 집행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핀테크 혁신에 앞장 선 ‘테라’가 대표적이다. 테라는 지난해 8월 바이낸스 랩을 비롯해 후오비캐피탈, 두나무앤파트너스, 폴리체인 캐피탈, FBG 캐피탈, 해시드, 케네틱 캐피탈, 애링턴 XRP 캐피탈, 트랜스링크 캐피탈, 네오플라이 등 유명 투자사로부터 3200만 달러(약 360억 원)에 달하는 초기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최 디렉터는 “바이낸스 랩이 투자한 프로젝트 중에서 테라가 2~3번째로 큰 투자규모였다”며 “전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스테이블코인(법정통화를 기준으로 가격변동성을 줄인 가치안정화폐) 프로젝트들을 직접 만나보고 분석한 결과, 테라가 가장 명확한 고 투 마켓(Go-to-Market·시장 침투력) 전략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바이낸스 랩은 테라 공동창업자인 신현성·권도형 대표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최 디렉터는 “천재 개발자인 권도형 대표와 비즈니스 전략이 뛰어난 신 대표의 조합이 정말 훌륭하다”며 “테라의 비즈니스모델(BM)은 바이낸스가 지향하는 '화폐의 자유(Freedom of money)'와도 맞닿아 있어 앞으로도 활발한 파트너십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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