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발행을 통해 투자를 유치하는 암호화폐공개(ICO)에 이어 증권형토큰(STO)이 업계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STO는 자산을 암호화폐 형태로 변환한 것으로 주식, 채권, 파생상품과 같은 전통 금융상품과 성격이 유사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고정자산을 암호화폐로 쪼개서 판매해 일반인들이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하고, 암호화폐에 자산의 권리를 담는 방식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적인 블록체인 전문 리서치센터인 체인파트너스의 CP리서치와 코인원리서치센터가 연초부터 나란히 STO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두 연구소는 나란히 올해 최대 화두로 ‘STO’를 꼽았다.
세계적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STO’가 확산될 것이라는 예측이다.그러나 두 연구소는 ‘STO’에 대한 엇갈린 시선을 제시하고 있다. 부동산이나 예술품 처럼 유동화가 어려운 자산을 유동화하는데 STO가 해법이 될 수 있다는 CP리서치의 분석이 제기된 반면 STO가 코인원리서치센터는 자산 유동화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STO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활용해 증권거래 시스템을 혁신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CP리서치 “자산 유동화가 핵심”
먼저 CP리서치는 올해를 STO 인프라가 태동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STO 시장은 오는 2030년까지 2조 달러(약 2240조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STO 시장이 규모의 성장을 이루려면 기관 자금 유입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한 필수 조건인 △명료한 규제 확립 △국제적 표준 △인프라 성숙 △신뢰도 높은 전통 금융 기관의 참여가 실현되는 시점은 2025년 전후가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CP리서치는 자산을 유동화하는 증권형토큰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이미 부동산이나 벤처투자펀드, 예술품 등이 자산 유동화 목적으로 토큰화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CP리서치는 STO 발행 시장에 기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들이 진입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미 확보한 이용자들이 있기 때문에 자금 모집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특히 STO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가장 큰 단점인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국내에서는 STO가 확산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규제 당국이 여전히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별개라고 선을 긋고 있으며, 암호화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STO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코인원리서치센터 “자산유동화만 바라보면 금융위기 또 올수도”
코인원리서치센터 역시 비슷한 보고서를 냈다. 2019년이 STO가 부상하는 해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코인원리서치센터는 자산의 유동화는 STO의 핵심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자산의 유동화에만 집중하는 STO는 결국 가치없는 자산들만 거래되는 레몬마켓을 만들게 될 것”이라며 “유동화 가능성에만 집중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역시 주택담보대출유동화증권(MBS)의 무리한 발행이 원인이었다고 지적하며, 자산의 유동화에만 집중한 STO도 결국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그러면서 STO는 증권거래 시스템 등을 혁신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수료 감소, 국경의 극복, 투명성 제고, 스마트컨트랙트 도입에 따른 계약이행 효율성 개선 등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CP리서치 측은 “아직 STO 시장 규모가 협소한 수준이기 때문에 STO가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불투명한 기존 자산 유동화 증권 시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잠재력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연초부터 두 연구기관이 모두 STO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은 것은 한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STO 관련 정책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다. 두 연구소는 모두 보고서 말미에 “STO를 위한 정부의 명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STO’의 위험성을 경고한 코인원리서치센터는 “레몬마켓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세부적이고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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