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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주력' 무색해진 제조업] 재정 투입·타깃형 지원 안통해… 핵심기술 R&D 정부가 나서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20 17:28

수정 2019.01.21 10:53

'주력 제조업' 변해야 산다
제조업경쟁력 2015년 中에 추월.. 정부도 위기감 절실… 잇단 대책
산업재편·구조고도화에 성패 달려.. 美, 中굴기 막는 지금 기회일수도
조선,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등 한국의 주력 제조업이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해마다 주력 제조업을 살려야 한다는 논의는 활발하지만 정작 규제개혁 등 혁신정책은 제자리걸음이다. 이젠 중국도 제조업 경쟁력에서 더 이상 한국의 아래가 아니다. 중국은 이미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정책 전환을 했고 상당수 지표에선 우리나라를 넘어서고 있다.
['성장 주력' 무색해진 제조업] 재정 투입·타깃형 지원 안통해… 핵심기술 R&D 정부가 나서야

주력 제조업은 한 나라의 경제에서 성장과 고용의 원천이다.
주력 제조업이 힘을 잃는다는 것은 곧 국가 경제에서 경쟁력 상실로 연결된다.

주력 제조업이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문재인정부의 선순위 정책인 일자리 창출의 동반 부진을 가져왔다. 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공공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결국 수치 놀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반도체 등 주력 제조업을 직접 챙길 것을 최근 경제팀에 직접 지시한 것도 주력 제조업의 위기를 간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과거와 같은 재정투입식, 타깃형 지원으론 국제 경제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핵심기술 개발과 연구개발(R&D) 지원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조업 경쟁력 2년째 中에 뒤처져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가 연간 단위로 공개하는 CIP 순위(국가별 제조업 경쟁력 지수)를 홈페이지에서 찾아보면 2016년 현재 한국은 5위, 미국 4위, 중국은 3위, 일본은 2위에 랭크돼 있다. 1위는 독일이다.

한국은 2014년까지 중국에 앞섰으나 2015년부터 추월당했다. 중국은 2005년 세계 16위에서 2010년 6위로 급상승했고 2015년엔 4위로 올라서며 한국을 제쳤다. 2016년 3위에 랭크됐다.

반면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 순위는 2005년 7위에서 2006~2008년 6위를 거쳐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 동안 4위를 유지하다가 이듬해부터 5위로 밀렸다. 일본은 2002년부터 15년째 2위다. 미국은 2002~2015년 3위를 차지하다가 2016년 중국에 자리를 내줬다.

독일은 1990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1993년 2위를 제외하고 한 차례도 1위 자리를 빼앗긴 적이 없다. 베트남의 약진도 눈여겨봐야 한다. 베트남은 2005년 70위에서 2016년 44위까지 26계단 상승했다.

■산업재편·구조고도화에 집중해야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해 지난해 말 주력 제조업 대책을 내놨다. 제조업 활력 둔화가 오랫동안 쌓여온 고질적인 문제인 만큼 단기·중장기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대책이란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는 우선 광주형 일자리 등 단기적인 지역활력 회복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또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분야에 10년간 민간투자 120조원을 이끌어내고 △자동차 중소·중견 협력사에 3조500억원+알파 지원 △자율운항선박·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개발 △전통적 섬유·가전 산업의 첨단 스마트 산업으로의 변모 등을 추진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지난주 경제4단체장과 첫 간담회에서 "주력 제조업에 대해 늦어도 1·4분기까지 관련 대책을 마련해 성과가 나오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제조업이 중국 등 선진국처럼 산업재편, 구조고도화에 집중하지 않았던 문제가 압축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대로 해석하면 이제라도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장은 "그동안 정부의 제조업 지원은 대기업, 타깃형, 자원(재정)에 집중한 형태"라며 "중국 추격과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기에 기존의 목표지향적 구조와 경로 의존적 패러다임에서 변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이 중국의 제조업 굴기를 막고 있는 현재 상황을 되레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현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은 제조대국에서 4차산업 등 세계적 수준의 제조업 강국으로 가려는 상황"이라며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 차단, 중국제조 2025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등 한국 입장에선 이 기회를 잘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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