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환경

반구대암각화 아래는 쓰레기 퇴적층?… 24년전 국수 포장지까지 등장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26 09:01

수정 2019.01.26 09:01

사연댐 생기면서 상류서 떠내려 온 쓰레기 그대로 쌓여
30년 전 제조된 휘발유 깡통 등 각종 비닐, 플라스틱 수두룩
쓰레기 퇴적층 최대 5m 이상 될 듯...유네스크 현장조사 전 걷어내야
퇴적층 아래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거대 암반 감춰져 있어
반구대암각화 앞 대곡천 모래톱에서 25일 발견된 약30년 전 제조된 휘발유 깡통 조각. 조각 뒤쪽에는 이날 울산을 찾은 정재숙 문화재청장과 송철호 울산시장 등 관계자들이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의 보존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등재를 위해 암각화 현장을 탐방 하고 있다. /사진=최수상 기자
반구대암각화 앞 대곡천 모래톱에서 25일 발견된 약30년 전 제조된 휘발유 깡통 조각. 조각 뒤쪽에는 이날 울산을 찾은 정재숙 문화재청장과 송철호 울산시장 등 관계자들이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의 보존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등재를 위해 암각화 현장을 탐방 하고 있다. /사진=최수상 기자

【울산=최수상 기자】 지난 25일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 현장을 찾았다. 정 청장과 송철호 울산시장이 대곡천 물길을 건너 반구대암각화를 근접 관람하는 사이 반구대암각화에서 약 50m 떨어진 땅에서 머리는 내밀고 있는 어린아이 손바닥만 한 금속조각이 취재진의 눈에 들어왔다.

겉면에 1987년이 제작년도로 표기된 차량용 윤활유 깡통의 일부였다. 녹슨 부분을 제외하면 인쇄된 부분은 꽤나 선명했다. 그런데 어림잡아도 30년 전에 버려진 이 깡통이 오랫동안 출입이 금지 된 반구대암각화 부근에서 발견된 셈이다.

옆에는 또 제조사의 주소가 ‘대구직할시 북구 노원3가373번지’라고 또렷이 찍혀있는 ‘풍국면 맛국수’의 비닐포장지가 모래톱 밖으로 허리를 드러내고 있었다.
풍국면은 1933년 대구에서 설립된 우리나라 가장 오래된 국수회사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다복면’ 외에 CJ(주)의 ‘제일제면소가 이 회사의 제품이다. 비닐에 찍힌 ‘직할시’는 1995년 ‘광역시’로 명칭이 바뀌기 전 까지 사용됐으니 최소 24년쯤 된 비닐봉지였다.

반구대암각화 앞 모래톱에서 발견된 풍국면 맛국수 비닐포장 앞 /사진=최수상 기자
반구대암각화 앞 모래톱에서 발견된 풍국면 맛국수 비닐포장 앞 /사진=최수상 기자
풍국면 맛국수 비닐봉지 뒷면에 제조사인 풍국면의 주소가 또렷하게 인쇄돼 있다. 어림잡아 24년이 된 비닐 국수포장지이다. 300원이라는 가격과 맨 아래 "사람은 자연보호 자연은 사람보호 빈봉지는 휴지통에"라는 캠페인 문구가 인상적이다. /사진=최수상 기자
풍국면 맛국수 비닐봉지 뒷면에 제조사인 풍국면의 주소가 또렷하게 인쇄돼 있다. 어림잡아 24년이 된 비닐 국수포장지이다. 300원이라는 가격과 맨 아래 "사람은 자연보호 자연은 사람보호 빈봉지는 휴지통에"라는 캠페인 문구가 인상적이다. /사진=최수상 기자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니 곳곳에 수많은 플라스틱과 비닐, 깡통 등의 쓰레기들이 파묻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구대암각화에서 약 100m 상류에 있는 높이 2m가량의 퇴적층 단면에는 비닐류와 쓰레기가 모래와 흙 사이에 층층이 쌓여 있는 모습도 확인됐다. 때마침 정재숙 문화재청장 방문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그동안 퇴적된 쓰레기들이 불쑥 나와 “나를 좀 봐주세요”라고 하는 듯 했다.

반구대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암각화 자체가 지닌 보편적인 가치도 필요하지만 주변 환경도 유네스코의 현장조사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분명 이대로 방치되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문화재청장이 돌아간 뒤 인근에 있는 반구대포럼을 방문, 이달희 상임대표로부터 쓰레기 퇴적층에 대한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다.

대곡천 하류에 사연댐 만들어진 뒤 흐르던 하천의 유속이 느려지고 그 사이 계속해 상류에서 내려온 모래와 진흙이 퇴적층을 이루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사연댐은 1965년 만들어졌고 대곡천의 상류에는 울주군의 곡창지대와 주거지를 이루는 두서면과 두동면이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 쓰레기들이 떠내려 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반구대암각화에서 100m 떨어진 대곡천 상류의 모습. 쓰레기와 진흙, 모래가 퇴적층을 이루고 있다. 단면 곳곳에 비닐 등의 쓰레기가 보인다. /사진=최수상 기자
반구대암각화에서 100m 떨어진 대곡천 상류의 모습. 쓰레기와 진흙, 모래가 퇴적층을 이루고 있다. 단면 곳곳에 비닐 등의 쓰레기가 보인다. /사진=최수상 기자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반구대암각화 앞을 흐르는 대곡천의 맑은 물. 하지만 그 아래 퇴적층에는 상류에서 떠내려 온 쓰레기들이 겹겹히 쌓여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진=최수상 기자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반구대암각화 앞을 흐르는 대곡천의 맑은 물. 하지만 그 아래 퇴적층에는 상류에서 떠내려 온 쓰레기들이 겹겹히 쌓여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진=최수상 기자

이달희 대표는 퇴적층과 관련해 “지난 2015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발간한 반구대암각화 발굴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반구대암각화 주변 퇴적층의 높이는 최대 5.4m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향후 반구대암각화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고 세계인들에게 본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되면 지금의 모양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구대암각화의 전체 규모는 5.4m 퇴적층을 모두 걷어낸 뒤에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퇴적층을 걷어낸 모습의 반구대 암각화 아래의 모습. 지난 2015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벌인 반구대암각화 발굴조사 현장을 찍은 사진이다. 퇴적층을 걷어내자 웅장한 암반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사진=울산시 제공
퇴적층을 걷어낸 모습의 반구대 암각화 아래의 모습. 지난 2015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벌인 반구대암각화 발굴조사 현장을 찍은 사진이다. 퇴적층을 걷어내자 웅장한 암반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사진=울산시 제공

퇴적층을 걷어낸 모습의 반구대 암각화 모습. 지난 2015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벌인 반구대암각화 발굴조사 현장을 찍은 사진이다. 대곡천을 막은 뒤 퇴적층을 걷어내자 층층을 이루는 암반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울산시가 보관 중인 당시 발굴현장 사진을 확인해 보니 반구대포럼 이달희 대표의 말 그대로였다. /사진=울산시 제공
퇴적층을 걷어낸 모습의 반구대 암각화 모습. 지난 2015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벌인 반구대암각화 발굴조사 현장을 찍은 사진이다. 대곡천을 막은 뒤 퇴적층을 걷어내자 층층을 이루는 암반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울산시가 보관 중인 당시 발굴현장 사진을 확인해 보니 반구대포럼 이달희 대표의 말 그대로였다. /사진=울산시 제공

지난 2015년 반구대암각화 발굴조사에서 퇴적층 일부만을 걷어냈을 뿐이었지만 그 광경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웅장했다고 이달희 대표는 회상했다.

반구대포럼 측은 퇴적층 쓰레기의 처리를 위해 관리를 맡고 있는 울주군과 울산시와 함께 적절한 방안을 찾아 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반구대암각화 현장을 방문한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해 반구대암각화의 탁월한 보편성은 말할 것도 없고 하루라도 빨리 댐수위를 조절해서 세계인에게 자랑하고픈 마음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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