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인이 신청한 임시허가와 실증특례 허용 여부 놓고 비공개 사전검토위
4월 금융 규제 샌드박스 시행 앞둔 금융위는 ‘조건부 허용’ 입장 밝혀 주목
#. 해외유학 중인 자녀에게 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학비나 용돈을 송금하는 길이 열릴 수 있을까. 해외법인에 경영자금 등을 안전하게 보내는 동시에 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마련될 수 있을까.
4월 금융 규제 샌드박스 시행 앞둔 금융위는 ‘조건부 허용’ 입장 밝혀 주목
‘혁신성장’을 전면에 내세운 정부가 블록체인·암호화폐 기술 기반 해외송금 허용 여부를 놓고 관계부처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블록체인·암호화폐 기반 서비스 이용자들은 무조건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법무부의 강경한 반대 속에 기획재정부 역시 ‘자금세탁 우려’만을 이유로 사전규제를 외치면서다. 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금융위원회는 각각 '전면 허용'과 '조건부 허용' 입장을 밝혀, 이달 중 열릴 'ICT 규제 샌드박스 제1차 심의위원회' 결과에 관심이 주목된다.
■기재부·법무부 "블록체인·암호화폐 기반 서비스 무조건 반대"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 선릉로 아펙스타워에서 비공개로 열린 ‘ICT 규제 샌드박스 사전검토위원회’에선 블록체인 기술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 ‘모인’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앞서 모인(MOIN)이 지난달 17일 과기정통부에 신청한 임시허가(시장 출시 허용)와 실증특례(규제 면제)를 본격 심의·의결하기 전에 관계부처와 민간위원들이 모여 사전검토를 하는 과정에서 이견만 노출된 것이다.
모인의 임시허가와 실증특례 신청 내용의 핵심은 블록체인·암호화폐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도 ‘소액해외송금업자’로 등록할 수 있도록 규정을 정비하는 것과 시중은행에 비해 낮은 송금액 한도를 상향 조정해주는 것이다. 즉 시중은행이 해외송금을 위해 이용하는 국제결제시스템망(SWIFT) 대신 블록체인(스텔라 네트워크·정산 매개체)을 연동해 해외송금도 국내에서 이뤄지는 계좌이체처럼 ‘빠르고 안전하게 저렴한 수수료’로 구현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2017~2018년 당시 암호화폐 열풍 속에 기획재정부, 법무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은 모든 블록체인(퍼블릭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관련 정책에 비판적 기조로 돌아선 상태다.
이날 사전검토위에서도 기재부와 법무부는 블록체인·암호화폐 기반 해외송금에 대해 강경하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기정통부와 민간위원들은 규제 샌드박스 시행 취지에 맞게 모인의 서비스를 임시로 허가해 줘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기재부와 법무부는 ‘암호화폐=투기와 자금세탁의 온상’이란 틀에 갇혀 무조건 반대를 고수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혁신적인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에 대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만으로 사전에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도 관련 보고서를 통해 "특정 국가가 암호화폐 거래 등을 전면금지하는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암호화폐를 도구로 이용하는 범죄의 심각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지,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가 본질적으로 범죄적 요소를 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과기정통부·민간위원 '전면 허용'-금융위 '조건부 허용' 입장
오는 4월1일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금융위는 블록체인·암호화폐 기반 해외송금에 대해 ‘조건부 허용’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현재 시중은행 등 금융권에서 지향하고 있는 프라이빗 블록체인과 유사한 형태로, 사전에 인증된 사업자들은 동일한 분산원장을 공유하고, 상호 대금정산 및 송금 등을 할 수 있도록 테스트베드를 운영해볼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위 권대영 금융혁신기획단장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블록체인 기반 핀테크도 혁신 금융서비스 지정 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영국 금융당국(FCA)도 2015년 도입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여러 업체의 블록체인·암호화폐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를 지원했다”며 “오늘(8일) 논의한 내용을 정리해 이달 중 열릴 1차 심의위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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