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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기업' 색깔 가미한 민주당 올 입법 방향, 왜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0 16:51

수정 2019.02.10 16:51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책을 총괄하는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10일 내놓은 올해 입법 방향은 핵심은 국회에 계류 중인 기업 관련 법안에 '친 기업'색깔을 가미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벤처기업 차등의결권 도입,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 중 전속고발권 폐지 안전장치 강구 등이 이에 해당된다. 경영계가 경영권에 위협이 되거나 투자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역설해 온 부분을 일정 부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의 우려를 해소해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민간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조정식 의장은 이같은 맥락에서 일자리 사업과 사회간접자본(SOC) 등 중점 사업의 경우, 전체 예산의 65% 이상을 올 상반기에 집행 할 것이라고 언급했고 추가경정예산편성 여부에 대해서도 1·4분기 재정집행도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중 수사 등 안전장치 마련
조정식 의장이 언급한 전속고발권 폐지 후 안전 장치는 소송 남발 등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가 제출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 따르면 중대 담합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검찰은 공정위의 고발조치가 없어도 직접 수사가 가능해진다. 이에 따른 중복 수사, 기업활동 위축 등을 경영계는 강하게 우려해 왔다.


실제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기업 간 가격담합 등 시장질서를 교란하거나 국민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사안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조치 없이도 검찰이 즉각 수사를 할 수 있다. 가격담합, 공급제한, 시장분할, 입찰담합이 대표적이다. 그간에는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했다.

문제는 전속고발권 폐지로 인한 조사 및 고소·고발 남발 우려다. 검찰과 공정위의 판단이 다를 수 있어 중복 수사, 이중 처벌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 위반 억지'의 순기능보다 기업들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최근 대내외 악재로 경영환경이 어려워진 기업들의 우려감은 크다. 특히 대기업보다 소송 대응력이 낮은 중소·중견기업들의 타격이 커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은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재계는 중복조사 금지, 명확한 수사범위 설정 등 안전장치를 담보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공정위와 여당은 '전속고발권 폐지' 입장은 확고하다. 조정식 의장은 "중대한 불공정 행위에 대해 지금까지 유야무야 했던 전속고발권을 폐지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다만 과잉·이중 수사, 보복성 담합 신고 남발 등 재계가 우려하는 점을 감안해 안전장치를 검토 중이다. 현재 공정위가 내놓은 보완장치는 검찰 공조시스템 강화, 자진신고제도 감면조치 확대 등이다. 공정위는 리니언시(담합 자진신고 감면) 제도를 형사처벌에도 도입, 감경 폭을 확대키로 했다. 1순위 자신신고자는 형을 면제하고, 2순위는 형을 임의적으로 감경할 수 있는 식이다. 또 자진신고 내용이 검찰의 일선 수사부서에 들어가지 않도록 공정위가 대검찰청 내 특정부서와 공유하는 식의 중복 과잉수사를 차단할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 등이다.

이와 관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재계와 만난 자리에서 '공정위와 검찰의 중복수사'가 없을 것이라고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와 검찰이 중복해 경쟁적으로 사건을 들여다보는 일은 없을 것이며 충분히 예측가능한 기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경영계 환영…후속조치엔 의구심
민주당의 전속고발권 폐지 안전장치 마련과 관련 경영계는 일단 환영했다. 다만 후속조치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전속고발권 폐지를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처리를 앞둔 상황에서 여당이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경영계는 여당이 마련할 '안전장치'가 무분별한 고발이나 보복성 담합 신고 등 제기되는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예컨대,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면 경쟁사에서 해당 기업의 가격이나 생산량, 인수합병(M&A), 입찰 등에 불만을 갖고 검찰에 의도적으로 담합 고발을 할 수 있다"며 "공정위의 조사를 거치지 않고도 검찰 수사가 가능해져 발생하는 기업의 피해를 방지하려면 여당이 공정거래법 개정안보다 더 세밀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날 조정식 의장이 밝힌 벤처기업 차등의결권 도입 발표에 대해서는 업계는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차등의결권은 창업자의 경영권 보장을 위해 협회에서도 정부와 여당에 꾸준히 건의했던 사항"이라며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는 차등의결권이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허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노비즈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벤처기업 대표들의 지분율이 61% 정도로 높은 편이지만, 그만큼 벤처투자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은 반증이기도 하다"라고 지적하며 "앞으로 벤처기업들이 민간 투자를 받는데 긍정적으로 변하게 되면, 벤처기업의 경영권 방어 뿐 아니라 투자 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벤처캐피털(VC)업계 관계자는 "국내 벤처기업이 신규 자금을 조달할 때 정부 정책자금 의존도가 매우 높고 기업공개(IPO)와 회사채 발행 비율은 미미한 편이었다"며 "최근 성장하고 있는 회수시장을 활성화 하기 위해서라도 도입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최갑천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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