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국경제연구원이 공개한 '기부 활성화를 위한 세법상 지원제도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는 대기업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 공익법인이 세제 혜택과 규제 사각지대에 있으면서 재벌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와 사익편취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에서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이 입법되면 사실상 대기업 공익재단은 계열사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원칙적으로 행사할 수 없다. 공익법인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두 가지 예외 사유로는 계열사 지분 전량을 소유하거나 주주총회시 임원의 선임·해임, 정관 변경, 합병·양도 안건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주총시 의결권 행사도 최대주주와 공익법인의 합산 지분율이 30% 이하일때만 해당된다. 공정위는 이 합산 지분율을 단계적으로 15%까지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115개의 대기업 공익재단가운데 개정안 입법시 의결권 행사 제한을 받는 곳은 37개로 파악됐다. 나머지는 총수가 없거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곳들이다. 주총시 의결권 행사는 합산 지분율이 15%까지 축소될 경우 사실상 국내 모든 대기업 공익재단이 규제를 받는다는 게 한경연 측 분석이다.
임동원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의결권 행사 기준인 합산 지분율이 15%로 축소되면 모든 공익법인이 상장 계열사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이럴 경우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어하기에 불리해 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임 위원은 "외국자본과 사모펀드의 적극적인 투자 증가로 적대적 인수합병에 노출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공익법인 소유 우호지분의 감소는 경영권 보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한경연은 공익법인에 대한 일률적인 의결권 행사 제한은 타당하지 않고, 공익재단의 활동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임 위원은 "주주의 기본적인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의 재산권 행사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총수의 기업집단 사익편취 수단 등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모든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제한한다는 것만으로는 그 이유가 미흡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세법상 많은 규제와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역차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 세법상 규제는 계속 강화되고 있어 공정거래법 규제마저 강화된다면 대기업이 공익법인을 설립하거나 운영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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