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무상교육, 왜 필요한가?
21일 교육부에 따르면 오는 2학기부터 고등학교 무상교육이 시작될 예정이다. 올해 3학년부터 시작해서 내년은 2~3학년, 내후년 2021년에는 전학년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정부가 고교 무상교육을 추진하는 것은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하게 고교무상교육을 하지 않고 있어서다. 지방자치단체가 급식비나 교복구매비 등을 지원하면서 유독 학비만 학생·학부모가 부담하는 상황은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구조적 불평등의 이유도 무상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공무원이나 대기업 재직자, 저소득층 등은 정부나 회사로부터 고교학비를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재직자들만이 고교 학비를 부담하고 있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이유로 역대 정부는 고교 무상교육을 추진했고, 문재인 정부도 이를 국정과제로 설정했다. 당초 2020년부터 시작하려고 했으나,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이를 한 해 앞당겼다.
문제는 예산확보다. 최근 서울 한양대에서 열린 '고교무상교육 실현을 위한 토론회'에서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올해 2학기 3학년부터 고교무상교육을 하면 올해 4066억원, 2020년에 1조4005억원, 2021년에 2조734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1학년부터 시행하면 각각 3828억원, 1조4149억원, 2조734억원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누리과정 사태 재현 우려
현재 교육부는 예산확보를 위해 기재부와 협의 중이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교육부는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기재부는 현재 학생수가 감소하고 있는데다 교부금에 여유가 있으므로 추가재원 없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기재부의 주장이 학생수와 지방교부금의 여유가 있다는 점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학생이 감소하기 때문에 교부금을 유지 또는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은 인구가 정체·감소할 경우 정부지출도 정체·감소돼야 한다는 것과 같은 논리다. 하지만 실제 정부의 예산은 정책대상자 수가 줄어든다고 줄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군인수는 2008년 65만5000명에서 2016년 62만5000명으로 감소했으나, 국방예산은 26조6000억원에서 2016년 38조8000억으로 증가했다. 영유아(만 6세 미만) 인구도 감소 2010년 287만명에서 258만명으로 줄었으나 유아수당이 신설되는 등 아동지원 예산은 되레 증가했다. 단순히 학생 감소에 따라 교육투자를 줄이기보다, 바람직한 투자처 발굴이 타당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기재부 주장처럼 교부금으로 유지할 경우 과거 박근혜 정부의 누리과정 대란이 재현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세금 중 일부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떼어 교육청에 내려 보내고 이 돈으로 누리과정뿐 아니라 인건비, 시설비까지 모두 해결하도록 했다. 이는 각 시도 교육청의 재정압박으로 이어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갈등은 물론 보육대란으로 이어진 바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무상교육 재원 마련을 위해 기재부와 협의중이며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며 "늦어도 3월까지는 기재부와 협의를 마치고 예정대로 2학기부터 고교무상교육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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