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소득분배 지표를 받아든 정부가 기초연금 인상, 노인일자리 지원 확대, 근로장려금세제(EITC) 확대, 카드수수료 인하,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신설 등을 차질 없이 추진키로 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저소득층 지원, 사회안전망 확충 등이 성과를 발휘하면 소득분배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여파 등 본질적인 소득불균형 실타래는 풀지 않고 또 다시 ‘세금’이라는 단기적 미봉책을 꺼내고 있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 대책에 새로운 것은 없고 소득격차가 커진 원인 분석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오전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발표 후 긴급 장관회의를 갖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분배상황이 개선될 수 있도록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정책의 집행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날 나온 소득분배 불균형의 원인을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과 취약계층 고용부진, 기저효과 등에서 찾았다.
4·4분기는 70세 이상 가구주 비중이 2016년 10.7%에서 2017년 11.6%, 2018년 13% 등으로 점차 오르고 있는 점, 근로능력이 취약하며 소득수준이 낮은 1분위 비중도 같은 시기 2017년 3.7%에서 2018년 5.0%상승한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또 임시·일용직,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제대로 늘어나지 않아 1분위 내 무직가구 비중이 급증한 것으로 정부는 배경으로 설명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4·4분기 취업자는 전년대비 전체 8만8000으로 집계됐는데 상용직은 34만2000명 증가한 반면 임시·일용은 -15만1000명,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5000명,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8만7000명 각각 감소했다.
아울러 정부는 작년 4·4분기 때 1분위 근로소득(20.7%)을 중심으로 10.2% 오른 기저효과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부는 취약계층 고용이 왜 부진했는지, 무직가구가 왜 늘었는지에 대해선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 견줘 올해 근로소득이 감소한 이유 역시 명확한 해석이 없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근로소득의 경우 소득 하위 20%인 1분위는 작년 4·4분기 20.7% 상승한 이후 .올해 1·4분기 -13.3%에서 2·4분기 -15.9%, 3·4분기 -22.6%, 4·4분기 -36.8% 등 꾸준히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그 폭을 키우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소득 상위 20%인 5분위는 지난해 4·4분기 -1.8%감소한 뒤 1·4분기 12.0%, 2·4분기 12.9%, 3·4분기 11.3%, 4·4분기 14.2% 등 분기마다 전년대비 10%이상 성장률을 기록했다.
사업소득도 1분위와 5분위가 극명하게 갈린다. 1분위는 정권이 바뀔 시점인 2017년 2·4분기 11.1%에서 3·4분기 1.6%로 하락하더니 이후부터 -3.9%, -26.0%, -21%, -13.4%, -8.6% 등 힘을 못 쓰고 있다. 1분이 사업소득은 주로 저소득층 자영업자가 많다. 작년 여름즈음 부터 이들 자영업자의 삶이 팍팍해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5분위 사업소득은 작년 2·4분기 이후 마이너스 수치가 없다.
경조사비, 연금일시금, 복권당첨금처럼 정기적이지 않고 우발적으로 발생한 소득, 즉 비경상소득도 1분위는 올 한해 기대하기 힘들었다. 1·4분기 -88.8%에서 4·4분기 -97%까지 상승했다. 작년 4·4분기 땐 163% 플러스였다.
그렇지만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재탕, 삼탕이다. 소득분배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선 기본적으로 일자리 창출이 뒷받침 돼야 한다면서도 고령층 기초연금 인상, 노인일자리 지원 확대, EITC확대, 실업급여 보장성 강화, 저소득층구직 촉진 수당,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 자영업자 카드수수료 인하,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신설, 청년추가고용 장려금 지원 확대, 기초생보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장애인연금 인상, 한부모 아동 양육비 지원 확대 등 세금 지원책만 담겨있다.
전문가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마이너스 경제성장에 도달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기업투자를 유도해야 하고 설비투자 부진, 건설경기 침체 등을 살릴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제조업이 흔들리면서 일자리가 없어지고 가게가 불안하니까 쓸 만한 사람도 지갑을 닫으면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까지 충격을 받는 등 산업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면서 “산업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성장률이 역성장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jjw@fnnews.com 정지우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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