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北美 비핵화 장기전 돌입? 韓역할론 높아지나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21 16:38

수정 2019.02.21 16:38

트럼프 대통령, 北 비핵화 장기전 돌입 시사
文대통령, 상응조치에서 韓역할 활용해달라
北의 비핵화 진정성이 향후 관건이 될 전망
비핵화 주체 역할론 부상 vs 퍼주기 갈림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미국의 상응조치에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달라고 말하면서 향후 비핵화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론이 증대될 것인지, '퍼주기' 논란이 재연될 것인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미국의 상응조치에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달라고 말하면서 향후 비핵화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론이 증대될 것인지, '퍼주기' 논란이 재연될 것인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사실상 장기전 양상으로 접어들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비핵화를 지속적으로 추동한다는 입장인 우리 정부의 역할과 존재감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이 역시 '사상누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시계와 북미협상이 정상적으로 가동된다는 전제 하에 한국이 남북경협 등으로 북한의 역진을 효과적으로 막는다면 향후 비핵화 국면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의 핵심인 사찰·검증에서 미온적 태도를 보인다면 북한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美 비핵화 협상 장기전 시사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일 것을 주문하면서 오는 27일 열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마지막 회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비핵화 정책이 드라마 같은 '탑·다운' 결단 방식이 아닌 장기전으로 회귀했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북핵 실무담당자인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역시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을 찾은 문희상 국회의장과 국회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시간 부족' 때문에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까지 핵협상이 지연될 수 있다면서 북한과의 협상이 녹록치 않음을 드러냈다.

靑 "상응조치에 韓역할 활용"
한동안 잠잠했던 남북경협 이슈는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통화를 통해 다시 부상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달라"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남북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 경제협력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면서 장기전 모드로 전환된 비핵화 국면에서 한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한국의 역할론을 제시한 것은 북미협상에서 미국이 북한에 내놓을 효과적 상응조치 카드를 하나 더 쥐게 됐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부담을 덜고 북핵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한국과 적극적인 공조를 보여줄 수 있나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북한 비핵화 진정성 관건
문제는 북한이 이번 북미정상회담과 이후 비핵화 과정에서 얼마나 진정성을 보여주느냐다. 북한이 영변핵시설 폐기 등 비핵화 조치에 더해 '사찰·검증'을 국제사회가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수용한다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남북경협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가 전제됐을 때 가능한 부분"이라면서 섣부른 남북경협은 오히려 비핵화 추동 과정에서 한미에 장애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남북경협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이행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는 입장이다. 비핵화 조치 없이는 제재 완화는 물론 남북경협도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정부의 관심은 남북경협이 아니라 '비핵화'이며,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해야 경협도 추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남북경협을 두고 이른바 '퍼주기' 논란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를 표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경협에는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기 때문에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우리 입장에서도 경협을 통해 성장 동력을 새롭게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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