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클럽 '버닝썬'의 마약, 성폭행 등의 의혹이 경찰관 유착으로 옮겨 붙었다. 경찰 내부에서는 오는 6월 확정되는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판단, 분위기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찰은 수사권 분리를 통해 비리에 대한 엄격한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에 앞서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 경찰 입장에서는 경찰관 유착 의혹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국민청원 잇따라...악재되나
2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전날 경찰관과 버닝썬 간 '연결고리' 의혹을 받는 전직 경찰관 강모씨의 부하직원 이모씨를 재소환해 조사했다. 광역수사대는 강씨도 조만간 다시 불러 조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는 셈이다. 동일한 사건에서 불거진 마약 관련 범죄 수사에 비해, 유착 의혹에 대해 경찰이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 같은 경찰의 대응은 오는 6월 확정되는 수사권 조정과도 연관이 있다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합의안은 경찰의 1차 수사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정됐다. 경찰 입장에서는 이를 납득시키기 위해 국민의 신뢰를 높여야 하는 과제가 생긴 것이다.
실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회의적인 여론은 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경찰관 유착 논란이 불거진 2월 이후 '수사권 조정을 재고해달라'는 요지의 게시물이 80건 넘게 올라왔다. 전체 기간 관련 청원의 10%에 달한다. 한 게시물 작성자는 "(경찰에)더 큰 권력이 주어져 수사를 하고 사건을 종결처리 할 수 있게 된다면, 피해자와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이 더 많이 생길 것"이라고 성토했다.
■부정여론에 대응..."과거와 달라"
경찰도 버닝썬 유착 비리가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부담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부정적 여론에 대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수사권이 조정 된다면, 오히려 (유착 등의 문제는) 철저하게 통제가 될 것"이라며 "경찰은 책임감을 가지고 수사하고, 검찰이 걸러내는 역할에 충실하게 되는 타당한 사법 서비스 체계가 갖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경찰에 대한 비판이 지나치다고 토로했다.
경찰 고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경찰관과 유흥업소 간 구조적인 상납 행태가 있었지만, (이번 논란은) 수사가 끝나 봐야 알겠지만 과거와는 다소 다르다"며 "(경찰에 대한)제보가 투명하고 자유롭기 때문에 오히려 비리 사건의 노출이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경 수사권 조정을 다루는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오는 6월 30일 활동을 마친다. 수사권 조정안은 지난해 6월 정부 합의안이 나왔으나, 여야 갈등으로 국회가 공전하면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지도 못한 상황이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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