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좋은 분위기 이어가다 갑작스럽게 회담 '결렬'
비핵화·상응조치 조율에서 양측 이견차 못좁혔나?
비핵화·상응조치 조율에서 양측 이견차 못좁혔나?
전문가들도 상당히 놀란 눈치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였던 '북한의 비핵화·미국의 상응조치'에서 적절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양쪽 모두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속에 결렬이 이뤄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향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상당한 후폭풍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대체로 당장 대결·경색국면이 펼쳐지기보다는 대화기조를 이어가면서 상호간의 이견을 좁힐 수 있는 실무협상 등을 지속해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北 핵사찰 검증 깊이와 넓이 원인" 진단
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회담에 대한 회의론이 있었지만 그래도 좋게 마무리될 것으로 봤지만 결국 결렬이 됐다"며 "비핵화의 사찰·검증 부분에서 북한이 미국의 제안을 완강히 거부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확대 정상회담에서 북미 양측 사이에 갈등이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영변핵시설 폐기 카드를 미국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상징성이 크고 실제 북한이 핵무기를 생산했던 거대한 규모의 시설인 만큼 비핵화 의지를 대내외에 알릴 수 있었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의 사찰·검증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북한의 '영변 카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다. 미국은 비핵화의 진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강력한 사찰·검증을 요구했고 결국 회담 결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 즉 FFVD 국면에서 미국은 종전선언 카드를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이는데, 북한이 이에 상응하는 영변핵시설 폐기에 '플러스 알파'를 제대로 들고 나오지 않으면서 결렬 상황으로 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플러스 알파'로는 핵실험장 사찰이나 핵물질 농축시설의 추가적 폐기 등이 거론돼왔다.
남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선물을 내놓고 기다리는데 그것에 맞는 답례, 즉 플러스 알파 딜을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서 양측의 입장차가 커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북한 입장에서 영변 폐기 카드도 쉽지 않은 결정인 미국은 제재완화 같은 구체적이고 실리적인 보상을 말하지 않고 있고, 미국은 미국대로 사찰·검증 없는 비핵화 조치의 허구성을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사찰·검증을 압박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북한이 최근 정치적 위기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의 약점을 이용해 영변핵시설을 동결하는 터무니 없는 대가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며 "영변 폐기 자체도 핵을 더 적게 생산하겠다는 제한적 의미밖에 없기 때문에 영변 동결과 제재완화를 맞바꾸자는 북한의 요구는 미국 입장에서는 황당하게 들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천 이사장은 "사기극에 놀아나는 것보다는 회담장을 빠져 나오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 협상기조 유지..장기전 모드 전환
남성욱 교수는 "일단 이날 회담이 결렬됐다고 해서 내일, 모레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시험 발사 같은 도발을 하지는 않을 것이고, 양측은 협상 여지를 남겨두고 시간을 갖고 협의를 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미협상 결렬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당분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남 교수는 "한국의 입장은 좀 속이 타는 상황이 될 것"이라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답방도 이런 분위기라면 당장은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담이 결렬됐지만 미국으로선 완벽한 비핵화 로드맵 없이는 대북제재 완화 같은 상응조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관측도 있다.
신범철 아산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했으니 실무적 수준의 대화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하지만 이번 결렬은 북한이 사찰·검증이나 비핵화 로드맵 같은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으면 협상 타결은 없다는 미국의 의지를 분명하게 전했다는 점에서 향후 비핵화 과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번 회담 결렬로 당분간 북미간 긴장모드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정진 경남대 교수는 "정상회담 결렬의 발화점이 무엇이었는지 확실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예단을 할 수 없다"며 "당장 얼굴을 붉히는 상황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 다음 날 노동신문 같은 북한 매체에서 서운한 감정 등을 쏟아내기 시작한다면 과거 대결적인 국면으로 상황이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김규태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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