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다" "효과 모르겠다" 미세먼지 불감증도 매우 나쁨
"어쩔 수 없죠."
직장인 박모씨(30)는 먼지가 자욱한 삼일절에 친구와 관악산에 다녀왔다. 이날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초미세먼지는 '매우 나쁨'을 기록했다. 박씨는 "2주 전에 잡은 등산 약속이라 별도리가 없었다"며 "산을 타면서 마스크를 쓰다가 답답해서 금세 벗었다"고 말했다. 박씨에 따르면 이날 관악산은 등산객으로 붐볐고 마스크를 낀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한반도에 최악의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여전히 야외활동을 즐기는 '먼지 불감증'이 만연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별다른 수가 없다며 자포자기 심정으로 야외활동을 즐기는가 하면 마스크 등에 대해 불신을 내비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불감증을 우려하면서 마스크 사용을 권고했다.
■"매일 미세먼지, 이젠 달관"
5일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미세먼지 농도는 서울 178㎍/㎥, 경기 209㎍/㎥, 광주 200㎍/㎥, 전북 237㎍/㎥까지 치솟았다.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기준인 151㎍/㎥를 크게 웃돈 수준이다.
정부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는 등 강수를 두고 있다. 서울·인천·경기·세종·충남·충북은 닷새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상태다.
그러나 야외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았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삼일절 전국에서 485만대의 차량이 고속도로를 이용해 일부 구간에서 극심한 정체가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 1일 친구들과 충남 보령으로 여행을 다녀온 천모씨(29)는 "매일 미세먼지가 심하니 이제는 달관한 상태"라며 "날씨에 구애받다 보면 갈 수 있는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직업상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포기하긴 마찬가지다. 야외 놀이공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모씨(23)는 "계속 안내 멘트를 해야 해 목이 아프긴 하지만 마스크를 끼고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며 "최근 날이 따뜻해져 놀이공원에 사람들이 많이 오기 시작하는데, 90% 이상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마스크 효과 모르겠다"
'미세먼지 불감증'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시민들도 많이 있다. 마스크가 미세먼지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영등포구 인근 출근길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인데도 일부 사람만이 마스크를 착용했다. 직장인 변모씨(32)는 "마스크가 어떤 효과가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며칠 쓰고 다니다가 불편해서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모씨(32)는 "아무리 마스크를 조절해도 얼굴에 딱 맞지 않는다"며 "어차피 미세먼지를 마시는데, 굳이 돈 주고 사서 쓸 필요 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먼지 불감증 사태를 우려했다. 이상엽 고려대 안암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게 가장 좋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라면 마스크라도 꼭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미세먼지는 몸에 누적되는 총량에 의해서 얼마나 건강에 유해한지가 결정되는데, 마스크는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시간과 강도를 줄여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며 "번거로울 순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처가 나올 때까지 개인이 할 수 있는 건강보호는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마스크의 중요성과 올바른 착용법에 대한 캠페인을 상시로 진행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가장 접근이 쉬운 마스크나 콘택트렌즈 같은 의약품 사용법 등을 자체 SNS,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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