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 대책에도 0.85% 상승.. 실수요 많은 중소형 인기 여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3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지만 고가 아파트가 끌어내린 수치일 뿐 6억~7억원의 중위가격대 아파트값은 오히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제한과 세금 폭탄으로 사실상 거래절벽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가 아파트들만 급매로 거래돼 가격이 전반적으로 내린 것 같은 착시효과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도 지난해 9·13 대책으로 시장이 안정됐다기보다는 대출 규제로 인한 비정상적인 '멈춤' 상태에서 실수요가 여전히 많은 소형아파트는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9억원 이하는 9·13 후 0.85% 상승
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9일부터 올해 3월 1일까지 4개월간의 서울 아파트 금액대별 매매가 변동률을 살펴본 결과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아파트의 가격은 떨어졌지만, 9억원 이하 아파트는 오히려 올랐다.
지난해 11월은 정부의 9·13 대책이 발표된 이후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본격적으로 마이너스로 전환된 시점이다. 이후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16주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전반적으로 내렸다기보다는 고가 아파트가 크게 떨어지면서 전체 평균도 감소세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더 정확하다. 고가 아파트의 경우 9·13대책에 따른 담보대출 제한과 보유세 인상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금액대별 매매가 시가총액 변동률을 봐도 9억원 초과 아파트가 -0.97% 떨어질 때 9억원 이하 아파트는 0.85% 올랐다.
실제 서울의 6억~7억원대 아파트의 경우 9·13 대책 이후에도 가격이 빠지지 않거나 오히려 오른 곳도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마포구 '도화현대1차' 아파트 전용 54㎡는 지난해 9월 7억2000만원에 거래됐고, 올해 1월에는 7억2500만원에 팔렸다. 오히려 가격이 조금 오른 셈이다. 현재 호가는 7억2000만원에서 7억5000만원선에 형성돼 있다.
마포구 '신공덕동래미안2차' 전용 59㎡는 지난해 8월 이후 거래가 단 한건도 없다. 마지막 거래 가격은 6억원대지만 지금 호가는 8억원대다. 구로구 '현대홈타운2단지' 전용 59㎡도 지난해 12월엔 4억5000만원대에 거래됐으나 현재 호가는 4억7000만원으로 오히려 상승했다.
■실수요 많은 역세권 소형 인기 여전
이처럼 여전히 실수요자들의 높은 선호도로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현상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역세권, 소형 아파트의 가치가 더 올라갈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리얼투데이 장재현 본부장은 "강남은 워낙 물건이 비싸고 크기 때문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 한정적인 반면, 실수요자들이 주로 찾는 중소형 아파트는 대기 수요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강남만 놓고 보면 가격이 많이 떨어진 게 맞지만 강북, 강서, 관악 등 실수요자가 많은 지역은 오히려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9·13 대책 이후 거래가 급감하면서 시장이 안정된 것으로 보여도 거래가 없는 시장이 정상적인 것인 아니다"라며 "대출 때문에 거래를 막아놓으니 자금 여력이 안되는 실수요자들은 자금 부담이 낮은 주택으로 더 몰릴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9·13 대책 이후 거래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매수 대기자들의 추가 하락를 기다리며 관망하느라 중소형 아파트들의 가격 변동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구 '신당삼성' 아파트 전용 59㎡는 지난해 10월 6억9000만원대에 거래된 이후 거래가 없는데 현재 호가는 3000만원 정도 떨어져 있다. 성동구 '행당대림' 아타프 전용 59㎡도 2018년 9월 이후 거래가 없는데 호가는 7억원대에서 멈춰 있거나 다소 내렸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팀장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덜 오른 비강남, 강북 지역이 뒤늦게 키맞추기를 하면서 가격이 오른 것이 늦게 반영돼 9억원 이하 아파트가격이 상승을 기록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어 "아직 마이너스로 돌아서지 않은 것뿐이지 선행으로 움직이는 강남과 재건축 아파트 가격 약세가 길어지면 다른 지역들도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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