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수당 중심 임금체계.. "처음 보면 의아한 것이 당연"
복잡한 임금체계의 뿌리는 대한민국 산업 성장 시기
최저임금 인상 및 산정범위 개편.. 근로자들 기대효과에는 미치지 못해
# 27살 서모 씨는 한 통신 매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처음 받아든 월급 명세서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해당 명세서에 그의 월급은 기본급, 상여금 및 각종 수당으로 나뉘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기본급, 상여금, 수당... 월급 명세서가 이렇게 복잡한 이유는 무엇일까.
복잡한 임금체계의 뿌리는 대한민국 산업 성장 시기
최저임금 인상 및 산정범위 개편.. 근로자들 기대효과에는 미치지 못해
■ 수당 중심 임금체계.. “처음 명세서 받았을 때 의아한 것이 당연해”
이진아 이산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처음 명세서를 봤을 때 의아한 것이 당연한 것”이라며 “현재 대한민국의 수당 중심의 임금체계는 각종 수당들로 너무나 삐뚤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 노무사는 “성과급과 상여금 등을 나누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상여금은 상여의 보상, 성과급은 성과에 대한 보상인 것이 맞지만 해당 성격이 살아있는 수당은 거의 없다”며 “예를 들어 어떤 사업장에서는 가족수당이 상여금에 포함되지만 다른 사업장에서는 포함되지 않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OO수당, ㅁㅁ수당 등 앞에 붙는 수당의 이름은 형식적인 것”이라며 “최저임금은 올랐는데 기본급은 올리기 싫으니 ‘보전수당’을 만들어 해당 차익을 수당으로 주는 사업장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기본급 인상을 꺼리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 노무사는 “기업들이 기본급을 인상하는 것에 막연한 거부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 복잡한 임금체계의 뿌리는 대한민국 산업 성장 시기
이 노무사는 이와 같은 복잡한 임금체계의 뿌리는 대한민국의 산업 성장시기라고 말했다.
당시 생산성이 증대하며 빠른 속도로 산업이 성장하자 기업은 각종 수당과 상여금을 챙겨주는 방식으로 근로자들에게 보상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당 중심의 임금체계가 오늘날까지 관행처럼 이어지며 적은 기본급에 각종 수당으로 임금을 보전하는 현행 임금체계가 고착화됐다.
이러한 임금체계 탓에 세계 7위 자동차 부품사인 현대모비스도 지난해 정부로부터 최저임금 시정지시를 받았다. 해당 기업의 신입 사원 연봉은 5000만원에 달하지만 기본급은 2100만원에 수당으로 나머지 금액을 보전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평균연봉 6000만원이 넘는 대우조선해양도 지난해 수당 중심의 임금체계로 인해 최저임금 위반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
■ 최저임금 인상 및 산정범위 개편.. 근로자들 기대효과에는 미치지 못해
위의 현대모비스,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2019년 최저임금법이 개정되며 매월 지급되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 산입 총액에 포함됐다.
최저임금의 25%를 초과하는 상여금과 최저임금의 7%를 초과하는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포함된 것이다.
하지만 이 노무사는 이 과정에서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에 대한 기대효과는 낮아졌다고 전했다.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10.9%(7530원→8350원) 늘어났지만 각종 수당의 조정을 통해 실제 급여의 증가폭은 이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이 노무사는 그 중에서도 식대 등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세 사업장에서도 식대와 같은 복리후생비용은 비과세 등을 이유로 따로 구분해놓은 곳이 많았다. 이마저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집어넣은 것은 정말 밑바닥을 긁어내는 것"이라며 "애초에 최저임금 산정범위 논의는 현대모비스와 같은 사례를 이야기한 것인데 왜 복리후생까지 손대냐는 비판도 있다"고 강조했다.
#임금체계 #수당 #명세서
hoxin@fnnews.com 정호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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