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버닝썬 사건’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현재 경찰이 수사중인 그룹 빅뱅 멤버 승리의 성접대 의혹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가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경찰 고위직이 개입된 의혹이 제기된 터라 수사결과에 따라 논의중인 검·경 수사권조정을 둘러싼 여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 고위층 연루의혹, 수사의뢰
14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권익위는 지난 11일 경찰의 유착 의혹에 대한 부패행위 신고와 승리와 가수 정준영씨 의혹 관련 공익신고 두 건을 대검찰청에 수사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권익위가 대검에 넘긴 내부 검토보고서에는 승리의 성접대 정황, 정씨가 무단으로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유포한 정황,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의혹을 의심하게 하는 정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권익위는 또 두 사람이 포함된 카톡 대화방의 대화내용이 담긴 파일과 정씨가 촬영한 동영상 파일이 저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USB(이동식저장장치)도 함께 첨부해 대검에 전달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법조계는 권익위가 경찰이 아닌 검찰에 관련 문건을 넘긴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제보자 대신 권익위에 비실명 대리신고 형태로 공익신고를 한 방정현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클럽 버닝썬과 경찰과의 유착 정황이 의심된다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특히 승리 등이 포함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단톡방)을 통해 일선 경찰관을 넘어 경찰 고위층과 업소 간 유착 의혹으로 까지 짐작케 하는 발언이다.
경찰로서도 의혹 규명에 전력투구를 해야 할 상황이 됐지만 고위층 연루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경찰보다는 검찰이 상대적으로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 대검 수사의뢰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금명간 사건 배당...검·경 신경전
검찰 내부에서는 대검이 사건을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금명간 권익위 보고서 검토를 끝내고 사건을 배당할 방침”이라고 했다.
사건 배당이 이뤄지더라도 현재 경찰수사가 진행중인 점을 감안해 검찰이 당장 수사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권익위 제보로 일종의 ‘정답지’를 손에 쥔 검찰로서는 경찰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될 경우 곧바로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검찰 안팎의 관측이다.
이 경우 수사권 조정 등을 놓고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검·경 간 갈등의 폭이 더욱 깊어지고, 정부의 검찰 개혁 작업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수사권 조정 문제도 따지고 보면 검찰에 대한 현 정권의 강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는 게 아니겠냐”며 “수사결과 경찰 개입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자치경찰제나 수사권 조정 같은 정부의 개혁작업은 여론악화에 따라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고 전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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