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블록체인 최고경영자 과정' 첫 강연 "올 하반기 백트 출시 기대감↑"
미국을 중심으로 전통금융기관의 암호화폐 시장 진입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때문에 암호화폐 보관·관리 등 커스터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경쟁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이른바 ‘글로벌 크립토 금융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 사진)는 지난 13일 서울 테헤란로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포스텍) 블록체인 최고경영자 과정 첫 강의를 통해 “올해 주목할 블록체인·암호화폐 생태계 변화 중 하나는 기관투자자들의 시장 진입”이라며 “2017~2018년 암호화폐 시장은 개인들이 만들어낸 거품이 중심이었지만, 올해부터는 기관투자자들이 철저하게 주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해시드 역시 서울과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 벤처파트너로도 활동 중인 김 대표는 “현재 세계 암호화폐와 투자시장은 극심한 구조조정기를 지나고 있다”며 “이 과정을 거치면서 진짜 실력 있는 업체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고, 전통적인 기관투자자들이 시장에 속속 진입하면서 시장 구도가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가 주요 사례로 지목한 것은 예일대를 비롯해 미국 주요 연기금들의 시장 참여와 백트(Bakkt)이다. 대학 기부금 등을 기반으로 한 기금운용의 전설로 여겨지는 예일대 가 최근 크립토 펀드 ‘a16z’ 등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으며, MIT와 스탠포드 등 유력 대학의 기금들도 크립토 펀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곧 암호화폐 등 디지털 자산이 대체자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는게 김대표의 설명이다. 통상 대체자산은 전통자산과 상관관계가 낮기 때문에 투자위험을 방어(헤지)하는 역할을 한다.
김 대표는 “글로벌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투자 컨설팅 업체 캠브리지 어소시에이츠는 보고서를 통해 투자사들이 포트폴리오 중 일부분을 크립토 에셋에 노출시킬 것을 주문하며 적극매수(스트롱바이) 의견을 내놓았다”며 “중장기 수익률 관점에서도 크립토 에셋이 더욱 안전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특히 기관투자사들의 운용 자금 규모는 최소 1000억 안팎이기 때문에 결국 커스터디 생태계가 뒷받침 돼야 한다”며 “골드만삭스와 피델리티 등 미국 월가를 비롯해 코인베이스 등이 커스터디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가 또 하나 주요 관전 포인트로 지목한 부분은 백트(Bakkt)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등을 소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거래소 그룹인 ICE가 만든 백트는 암호화폐 거래 및 결제 등을 위한 플랫폼이다. 연내 실물인수 방식의 비트코인 선물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즉 기존의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내놓은 비트코인 선물과 달리, 백트는 실제 정산을 할 때 현금이 아닌 비트코인이 오가는 게 핵심이다.
김 대표는 “미국 금융권의 꼭대기에 있는 ICE가 비트코인을 가지고 트레이딩과 커스터디를 비롯해 선물옵션까지 커버할 것”이라며 “올 하반기에 출시될 백트가 암호화폐 시장에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을 가져올 것이라 여긴다”고 강조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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