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법정에서 처음 만났다.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부터 지근거리에서 모셨던 '옛 MB측근'은 이 전 대통령에 유리한 진술을 쏟아냈다.
원 전 원장은 15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 전 대통령이 직접 또는 전화로 국정원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시절 행정1부시장을, 대통령 취임 후엔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정원장을 지낸 바 있다. 두 사람은 이날 법정에서 처음 대면했다. 그는 법정에 들어서자마자 이 전 대통령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10년 7~8월과 2011년 9~10월 원 전 원장으로부터 국정원 특활비 현금 2억원과 10만달러를 전달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국정원장직 유지를 목적으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희중 전 부속실장을 통해 이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1심 재판부는 현금 2억원에 대해서는 국고등손실 혐의에 대해 10만달러는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각각 유죄를 선고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장직 유지를 위해 2억원을 이 전 대통령에 제공했다'는 김 전 총무기획관의 진술에 대해 "2010년 3월 대통령에 국정원장 후임을 추천하면서 이미 사의를 표한 것과 마찬가지였다"며 "대통령에 뇌물을 주고 그런 것이 아니다. 이해를 못하겠다"고 반박했다.
그는 2억원에 대해 청와대가 기념품 시계를 만들 때 도움을 주기 위해 지원한 것 기억이 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검찰 조사 받을 당시에는 기억이 없었는데 지금 기억은 아마 기조실장이 보고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2억원을 청와대에 전달하도록 한 건 이 전 대통령의 지시냐"는 변호인의 물음에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하겠느냐"며 반문했다.
김 전 총무기획관에 대해서는 "크게 좋은 인상을 가지지 않았다"며 "개인적으로 대화한 적도 없던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검찰은 반대 신문을 통해 2011년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소유의 도곡동 건물을 거주공간으로 개조해 살고 있다는 보도 내용을 제시하면서 '연임 목적'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원 전 원장은 "국정원장 공관이 15년 됐다. 물이 새서 1층 전체에 누사가 돼서 전기 등이 잘 안됐다"며 "새로운 원장이 있을 곳을 있을 곳을 만들기 위해 개조공사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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