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는 제외 가능성
당정청이 지난 13일 국회에서 8년 동안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 통과를 추진하기로 협의하면서 법안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대 쟁점이었던 보건·의료는 서비스업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법안 통과 시 본격적으로 서비스업 발전을 위한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업 특성상 고용·투자 등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서발법과 관련,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안과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안 2건이 상정돼 있다. 차이점은 보건·의료의 서비스업 포함 여부다. 김 의원의 안은 보건·의료를 제외, 이 의원은 포함시키자는 안이다. 당정청이 함께 목소리를 낸 건 의료영리화 논란을 야기했던 보건·의료를 서비스업에서 제외시키는 데 정부도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서발법이 통과되면 5년 단위 서비스산업발전 기본계획 수립과 서비스산업발전위원회 설치 의무화, 연구개발(R&D)과 창업·해외진출 지원, 전문인력 양성 등의 지원을 위한 명시적 법적 근거가 생긴다.
당초 기재부는 보건·의료가 서비스업에 포함돼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제대로 된 논의 없이 8년간 공회전만 거듭한 서발법 통과를 위해선 여당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현실적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법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 2011년 기재부 정책조정국장 재임 시절 실무를 주도해 정부입법으로 국회에 제출됐지만 19대 국회에서 폐기됐다. 그만큼 기재부로선 오랜 바람인 셈이다.
실제 이명박정부 당시 야당 시절부터 더불어민주당은 의료영리화 가능성을 내세워 줄곧 서비스산업에서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할 것을 고수해왔다. 최근 바른미래당 등 일부 야당도 보건·의료를 제외하고 법안 통과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기재부에 밝힌 상태다. 다만 여전히 자유한국당은 보건·의료가 포함돼야만 법안 통과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서비스기본법이 통과되면 지원 근거가 명확해지는 만큼 서비스업 발전정책에 확실히 힘이 실리지 않겠나"라며 "당 차원에서 중점 법안으로 선정해 지원을 해주면 통과 확률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의 전체 산업 대비 고용 비중은 2016년 기준 73.4%에 달한다. 일자리 10개 중 7개는 서비스업에서 창출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 서비스 관련 R&D 지출액은 2013년 기준 45억8000만달러로, 전 산업 대비 투자비중이 8.5%에 불과했다. 이는 영국(153억8000만달러·58.2%), 프랑스(166억3000만달러·46.3%), 미국(963억5000만달러·29.9%), 일본(121억5000만달러·10%) 등에 크게 뒤지는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대상 31개국 중 22위에 그치고 있다. 이에 국내 총부가가치 대비 서비스업의 부가가치 비중은 2013년 기준 59.3%로, OECD 34개국 중 33위로 최하위권이다. 4차산업 시대에 본격적으로 들어서면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지만 투자 규모는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서비스업은 자영업자 중심의 질 낮은 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방대한 서비스산업 중 우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을 찾아 이를 구체화할 수 있도록 집중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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