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강의 중 클럽 버닝썬에서 촬영된 성범죄 의혹 동영상과 관련된 농담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9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X관에 부착된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甲(갑) 교수님께 올리는 편지'라는 제목의 대자보에 따르면 로스쿨 '갑(甲) 교수'는 최근 수업 중 "버닝썬 무삭제 (유출)영상을 짤리기 전에 빨리 보라고 친구가 보내줬다"며 "평소에는 집에 버스를 타고 가는데, 그 날은 집에 택시를 타고 갔다. 짤릴까봐 빨리 틀어봤더니 위에는 해가 돌고 있고 아래에선 무를 자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 乙(을)'이라고 칭한 작성자는 "약물을 이용한 강간 피해이자 디지털 성범죄 피해사례인 버닝썬 유출영상을 농담소재로 삼으신 교수님의 유머는 괜찮지 않았다"며 "피해자가 실재함에도 불구하고 범죄를 가볍게 보고 성범죄 피해를 희화화하는 2차 가해였다"고 비난했다.
이어 "미래의 법조인을 양성하는 강의실에서 성범죄와 불법촬영·촬영물은 그저 야한 영상일 뿐이었고 명백히 위법한 행위인 불법촬영물 유포 또한 범죄가 아닌 그럴 수 있는 행위가 됐다"며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말이 판결문에도 등장한 2019년에 성범죄 피해사실이 법률가의 농담거리가 되는 것은 괜찮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서도 갑 교수는 "여자를 조심해야 한다"고 발언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작성자는 "교수가 '안 지사가 한 순간의 실수 때문에 발목 잡혀 안타깝다. 그러니까 우리 학생들은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 정말 여자를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며 "여성은 강의실에 있던 13명 원우의 생물학적 성일 뿐 술과 담배, 도박처럼 해로운 것도, 맹수처럼 위험한 것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안 지사 사태를 통해 배운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은 여자가 아닌 왜곡된 성의식과 위력의 행사"라고 강조했다.
'갑 교수'는 이 외에도 강의 중 특정 인종을 비하하는 '흑형·흑누나'라는 표현을 쓰며 "이것은 비하하는 발언이 아니니 괜찮다. 그러니까 (소수자로 우대받는 것에는) 장애 있는 흑인 여성이 최고다"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성자는 "'학생 을은 한 명일수도, 혹은 10명, 132명일 수도 있다'라는 문구와 '갑 교수님은 한 분일 수도 혹은 네분 그보다 많을 수도 있다'"는 문구도 덧붙였다.
서강대는 대자보와 관련해 진상조사에 나섰다. 서강대 관계자는 "교수의 신원을 비롯한 전반적인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며 "사실여부를 떠나 다시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게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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