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MB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79)이 이명박 전 대통령(77)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에 대해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 발부를 일단 보류하고, 다시 한 번 증인으로 소환하기로 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22일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을 열어 “증인에 대해 소환장이 폐문부재(문이 잠겨있고 사람이 없음)로 송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전 기획관은 지난해 1월 구속된 후 자술서와 검찰 수사에서의 진술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등 혐의를 낱낱이 털어놓은 인물이다. 1심 재판부는 그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 전 대통령 측으로선 1심 판결을 뒤집기 위해 김 전 기획관의 진술 신빙성을 탄핵해야만 한다. 그러나 김 전 기획관에 대한 증인신문은 폐문부재를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다.
2심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 등 핵심증인들에 대해 서울고법 홈페이지에 소환과 응하지 않을 시 구인을 위한 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고 공지하는 강경책을 내놨으나 통하지 않았다.
앞서 김 전 기획관은 지난 19일 열린 자신의 항소심 재판에도 건강 악화를 들어 출석하지 않았다. 현재 김 전 기획관은 거제도에 있는 지인 집에서 요양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 측이 자신의 재판에서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 현 단계에서 구인장 발부는 보류한다”고 전했다.
이어 “변호인 측에서 김 전 기획관에 송달가능한 주소를 알아서 재판부에 알려 달라”며 증인신문 기일을 다음달 10일로 다시 지정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내달 5일 증인신문에서 피고인에 대한 퇴정 조치나 차폐막 설치를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은 75세의 고령이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을 그의 면전에서 해야 해 심리적으로 불안해 할 수 있다”며 “전직 대통령으로서 막강한 사회적 지위를 가진 피고인은 물론 지지자로부터 유무형의 위를 받을 수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증인신문 때 차폐막을 설치하기로 하고, 이 전 대통령의 퇴정에 대해서는 당일 증인의 의사를 물어 결정하기로 했다.
검찰은 또 이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해 부인 김윤옥 여사와 사위 이상주 변호사에 대해 “사실상 피고인과 공범관계”라며 증인으로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변호인은 “증언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것이고, 피고인의 가족들을 증인신문에 내세워 망신주기를 하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증인 채택 여부에 대해서는 향후 밝히기로 했다.
재판부는 27일 속행공판을 열어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등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