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안 기한내 통과 못할시 ‘노딜’
유럽연합(EU) 정상들이 2년 전 탈퇴 신청서를 낸 영국의 탈퇴 일자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요청에 따라 최소 오는 4월 12일까지 미뤄주기로 했다. 올해 2번이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 표결에서 패했던 메이 총리는 약 3주간의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B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 모인 EU 정상들은 만장일치로 전날 메이 총리가 요구한 브렉시트 연기 요청에 동의했다. 다만 연기 방식은 요청 내용과 달랐다. 지난해 11월에 EU와 브렉시트 합의안을 마련한 메이 총리는 영국 하원에서 올해 1월과 이달까지 2번이나 합의안이 부결되자 원래 3월 29일이었던 브렉시트 시행일을 오는 6월 30일까지 미루길 원했다. 현재 영국 언론들은 3번째 합의안 표결이 오는 26~27일 사이에 열린다고 보고 있다.
올해 5월 23일부터 3일간 유럽의회 총선을 치러야 하는 EU는 일단 브렉시트를 6월 30일까지 미루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영국이 EU에 남는 지, 떠나는 지 확실해 져야 의석 배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메이 정부 또한 이미 탈퇴를 결정한 마당에 다시 유럽의회에 참여하기는 싫다는 입장이다.
EU 정상들은 21일 회의에서 일단 영국에게 4월 12일까지 시간을 주되 만약 기한 안에 합의안이 영국 의회를 통과하면 브렉시트 실행일을 5월 22일까지 연기해 줄 수 있다고 밝혔다. EU는 만약 영국 의회가 기한 종료까지 결국 합의안을 거절한다면 메이 정부가 향후 유럽의회 총선 참여 여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영국이 합의안과 유럽의회 총선 참여를 모두 거부한다면 영국은 12일자로 아무런 무역 및 통행 합의 없이(노딜) EU를 떠나게 된다. 영국이 합의안을 거절하되 유럽의회 총선에 참여하는 선택지를 고른다면 영국은 최소 내년 까지 EU에 남게 된다.
메이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합의안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하원 의원들이 "분명한 선택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전날 연설에서 합의안을 번번이 막아섰던 의원들에게 실망감을 드러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의원들 역시 실망했다는 점을 안다"고 말했다. 이어 합의안을 지지해준 의원들에게 "매우 고맙다"고 덧붙였다. 같은날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4월 12일까지 모든 옵션은 열려 있고 기한은 연기될 것"이라며 "영국 정부는 합의에 따른 탈퇴, 노딜, 긴 브렉시트 연기, 브렉시트 철회 사이에서 여전히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4월 12일은 영국이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할지 결정하는 중요한 날"이라면서 "그때까지 영국이 선거에 참여하는 것을 결정하지 않으면 (내년 이후까지) 긴 브렉시트 연기는 자동으로 불가능해 진다"고 경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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