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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스포트라이트] 버닝썬 수사 비웃듯… "물뽕 살래요? 대포통장으로 합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01 17:15

수정 2019.04.02 09:06

1. [마약에 찌든 대한민국 (1회)] 점점 교묘해지는 ‘물뽕 거래’ 실태
SNS에 판매 아이디 수십개 검색..연락 5분만에 가격·구매법 줄줄이
수사 한창인데 신제품 추천까지..단속망 피해 음성화된 수법 진화
28명. 대한민국에서 국민 10만명당 마약류 사범의 숫자다. 통상적으로 유엔은 국민 10만명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미만이면 '마약 청정국가'로 인정한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2016년 28명꼴로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은 지 오래다. 실제 클럽 '버닝썬'을 둘러싸고 불거진 클럽 내 마약투약 의혹으로 그간 마약거래가 일부에선 일상적으로 행해져 왔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버닝썬 사태 이후 약 5개월이 흐른 현재, 파이낸셜뉴스는 국내 마약거래의 실태를 짚어보고 해결책을 모색해 본다.


지난달 30일 '물뽕' 판매업자와 기자가 대화를 나눈 내용. 판매업자가 대포통장을 통한 입금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텔레그램 메신저 캡처
지난달 30일 '물뽕' 판매업자와 기자가 대화를 나눈 내용. 판매업자가 대포통장을 통한 입금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텔레그램 메신저 캡처

다른 제품도 있느냐고 묻자 물뽕 판매업자가 다른 약물을 추천해주고 있다. 텔레그램 메신저 캡처
다른 제품도 있느냐고 묻자 물뽕 판매업자가 다른 약물을 추천해주고 있다. 텔레그램 메신저 캡처


"물뽕 거래요? 요즘은 이게(대포통장) 제일 안전해요. 승리 때문에…."

지난달 30일 SNS를 통해 접촉한 GHB(Gamma-Hydroxy Butrate), 일명 '물뽕' 판매업자 A씨는 별일 아니라는 듯 줄줄이 구매 방법을 설명했다. 트위터에서 '강력물뽕구입방법'이라고 검색하자 텔레그램 아이디 수십개가 검색됐으며 이 중 3개의 아이디로 연락을 취하자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구입 관련 답장이 도착했다.

■"요즘엔 대포해요"…수법 교묘해져

물뽕 구매자로 가장하고 A씨에게 가격을 문의하자 바로 "10㎜ 한 병에 22만원"이라고 했다. 구매 방법에 대해서는 "요즘 하도 민감해서 무통장 입금만 가능하다"며 "은행에 도착해서 사진으로 인증하면 이름이랑 민증번호를 주겠다"고 했다. "민증번호는 왜 주는 거냐"라고 묻자 "다른 사람 신분으로 해야 한다. 안전을 고려하면 무통장입금이 제일 좋다"고 답했다.

또 다른 판매업자 B씨에게 문의하자 "예전에는 인뱅(인터넷 뱅킹)으로도 받았는데, 요즘에는 위험하다 보니 고객님의 이체정보를 남기지 않기 위해 새로운 계좌번호(대포통장)를 제공해 드린다"고 말했다.

버닝썬 사태에서 시작된 마약 수사가 전국으로 확대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이들은 대포통장을 운운하며 오히려 더 깊숙한 곳으로 숨어드는 모양새다.

■거래되는 마약 종류도 셀 수 없어

국내에서 거래되는 마약류는 물뽕만이 아니다. 물뽕 판매업자 C씨에게 "다른 것도 추천해달라"고 하자 "작년에 새로 출시된 강력흥분제 제품이 있다"면서 곧바로 제품을 추천했다. C씨는 "물뽕보다 약효가 강력하지는 않지만 기분이 좋아지면서 흥분하는 약물"이라고 해당 제품을 설명했다.

실제 외국인이나 해외 유학생 등은 "한국에서 마약을 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유학하는 친구를 둔 대학생 김모씨(26)는 "대마초가 합법인 미국지역에 사는 친구가 입국 시 '대마 젤리'를 가져와 친구들에게 나눠주곤 한다"며 "들어올 때 단속이 심하지 않아 한번에 많은 양을 가지고 올 때도 있다"고 했다.

SNS뿐 아니라 구글이나 유튜브 등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에서는 마약 제조법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아산화질소를 이용해 만든 마약류 '해피벌룬' 제조 영상부터 물뽕 만드는 방법까지 키워드만 작성해도 바로 연관검색어가 떠올랐다.

■아직 1차 범죄조차도 접근 용이

경찰은 오는 5월까지 마약류 등 약물이용 범죄 집중단속을 실시 중이다.

경찰청은 마약류범죄가 3단계로 이뤄진다고 보고 마약류 밀반입·유통 등 1차 범죄부터 성범죄 등 2차 범죄, 불법촬영물 등 3차 범죄까지 종합적으로 대책을 수립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1차 범죄에 접근하기도 매우 쉬울 뿐 아니라 점점 더 음성적으로 숨어들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마약 관련 수사는 경찰뿐만 아니라 방송통신위원회의 특정 사이트 차단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찰까지 전방위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 마약이 거래되는 사이트의 경우 해외에 서버를 두고있어 가입자 정보를 파악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수면 아래의 암수범죄까지 소탕하기 위해서는 관세청, 법무부, 외교부 등도 함께 교류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대포통장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구매자 신변보호와는 전혀 상관없어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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