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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은 내달 6일까지 산은과 아시아나항공이 체결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양해각서(MOU) 연장을 위해 산은에 채무상환에 관한 자구계획을 제출해야 하지만 영구채 발행까지 무산된 현재로선 뾰족한 수가 없다. 그럼에도 박 회장이 버틸 수 있는 건 항공업의 특수성 때문이다.
■최종구 "박 회장 확실히 책임 져야 한다"…의미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3일 서울 여의도 우리은행 디벨로퍼랩 출범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삼구 회장께서 과거에도 한번 퇴진했다가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하신 적이 있다"며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된다면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지 않을까하는 것이 많은 분들의 관측"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어려움을 겪게 된 근본적인 배경은 지배구조의 문제"라며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데 대해 박삼구 회장이 확실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안팎에선 이날 최 위원장 발언을 '박 회장이 금호산업 이사회를 통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33.47%)을 외부에 매각하라'는 뜻으로 풀이했다. 이날 산은도 당초 이달 6일 만료되는 아시아나항공과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MOU를 1개월 연장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 측이 빚을 갚을 방법이 없는 상황을 알고 있는 만큼 아시아나항공 지분매각을 결단할 시간을 한 달 더 준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앞서 산은 등 국내 채권단이 박 회장 측이 보유 중인 금호고속 지분(51.1%)을 추가로 담보제공할 것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추가 담보물로 제공할 수 있는 금호고속 지분 시장가치(약 3300억원)가 채무금액(금융권 차입금 약 4200억원)보다 낮아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지난 1일 아시아나항공 측이 발표한 자산매각, 노선체계, 조직 개편안도 국내 채권단을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이미 지난해 CJ대한통운 보유지분 매각, 광화문 그룹 사옥 매각,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 상장 등 쓸 수 있는 대부분의 방법을 동원한 탓에 더 꺼낼 카드가 없다. 에어부산 등 자회사 매각도 거론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지분가치(44.17%)는 1030억원대 수준에 그친다.
■ 국내 채권단 '한진해운 학습효과?'…박삼구의 '수'
일반적으로 유동성위기에 빠진 부실기업은 워크아웃, 자율협약 등 채권단 공동관리를 통해 경영정상화 방안을 모색한다. 자율협약은 채권단의 100% 동의를, 워크아웃은 금융 채권자의 75% 동의를 얻으면 된다. 일례로 올해 초 한진중공업은 산은 등 국내 채권단이 필리핀 채권단의 동의를 얻어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의 보유지분을 전액 감자한 후 채무금액을 출자전환하는 방식으로 경영정상화 방안에 돌입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이런 구조조정이 불가능하다.
아시아나항공 자산 대부분이 항공기(운용리스 82대 중 50대)인 탓이다. 만약 오는 6일 산은과의 MOU 연장에 실패해 기존 여신의 기한이익을 상실(EOD)하는 상황까지 치닫는다면, 해외 채권단은 당장 전세계 공항의 아시아나항공 비행기부터 멈춰세울 수 있다. 또 아시아나항공은 전체 차입금 중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시장성 차입금이 약 1조6000억원으로 금융권 차입금(4200억원)의 3배 이상 많다. 즉, 국내 채권단은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게 된다. 한 구조조정 전문가는 "앞서 한진해운 구조조정 당시 선박이 항만에 묶여버렸던 상황을 상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지분매각 요구에도 버틸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러다보니 아시아나항공 주주들 사이에선 "박 회장의 '집착'이 아시아나항공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매물로 꼽힌다. 작년엔 SK그룹 인수설이 거론됐고, AK그룹과 롯데그룹도 단골 인수후보로 꼽힌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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